대형할인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들킨 절도범들로부터 돈을 받고 사건을 눈감아 준 경찰관이 적발됐다. 이 경찰관에게 인계된 300여명의 절도 현행범은 입건 처리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경위파악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절도 혐의로 적발된 피의자들로부터 30만~150만원을 받고 사건을 무마해 준 혐의(뇌물수수)로 서울 중랑경찰서 형사과 소속 이모(46)경위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추적 중이라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경위는 지난해 4월 서울 중랑구 상봉동의 C대형할인점에서 화장품을 훔치다 적발된 한모(35ㆍ여)씨로부터 150만원을 받고 사건을 처리하지 않는 등 상습적으로 사건을 뭉갠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경위가 금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절도 현행범은 한씨를 포함, 8명으로 금액은 520만원 상당이다. 이들은 모두 C할인점에서 이 경위에게 넘긴 현행범이다.
경찰은 특히 2008년 이후 이 할인점에서 절도행위가 적발된 수백여명의 현행범 중 314명이 입건 처리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 이들이 이 경위와 금품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를 일일이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 이 할인점 보안담당 직원은 현장에서 적발된 절도범을 지구대에 넘기면 사건 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때문에 평소 안면이 있는 이 경위에게 모든 사건을 인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할인점 관계자는 경찰에서 "절도범을 현장에서 붙잡아 연락하면, 휴일이든 비번이든 할인점으로 와 처리해 줬기 때문에 무조건 이 경위에게 넘겼다"고 진술했다. 이 경위가 소속된 중랑경찰서 간부급 관계자는 "형사 개인이 은밀하게 한 일을 어떻게 다 알겠느냐"고 말했다.
이 경위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3일부터 무단결근 중이며 자택에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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