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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보다 능력으로 승부건다" 금융인 꿈에 설레는 고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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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보다 능력으로 승부건다" 금융인 꿈에 설레는 고졸들

입력
2012.03.0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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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연예인 외모도 아니고 전교 1등도 못했어요. 그래도 은행에 들어가기 위해 나름 열심히 노력했어요. 펀드투자상담사 등 금융자격증을 따는 것으로 승부를 건거죠. 면접 때 예상 못한 질문에 당황해 단답형으로 말한 게 지금도 아쉬워요. 인성면접은 포장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7일 오전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은행권 최초로 열린 고졸 채용박람회. 고교 졸업을 반년이나 앞둔 지난해 10월 우리은행 입사에 성공한 앳된 얼굴의 김지혜(19) 주임이 한 살 어린 후배들에게 합격 노하우를 이렇게 전했다. 이날 전국 65개 특성화 고교에서 몰려 온 500여명의 고3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마치 스타의 모습을 담듯 김 주임의 사진을 찍는가 하면, 그의 말을 놓칠 새라 분주히 펜을 굴리며 메모했다.

할아버지뻘인 이순우(62) 우리은행장은 아예 채용상담 부스에 자리를 깔고 앉아 상담에 응했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안산디자인문화고교 학생의 질문에, "면접관이 정해진 답을 원하는 게 아니니까 솔직히 말하고 찡그린 놈보단 히죽히죽 웃는 놈이랑 얘기하고 싶은 법이니 웃는 근육을 많이 쓰라"고 조언했다.

우리은행이 이례적으로 본점에서 박람회를 연 건 9일 시작되는 입사지원서 접수에 앞서 고졸 신화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좀더 많은 채용 정보를 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85명의 고졸 행원을 뽑은 우리은행은 올해 채용 규모를 200명으로 대폭 늘렸고, 이 가운데 40명은 남자 행원으로 채울 예정이다. 그간 고객을 상대하는 창구 텔러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또는 병역 문제 탓에 외면 받았던 남학생들에겐 희소식인 셈이다.

서울문화고 3학년 박상현(18)군은 "작년부터 은행권의 고졸 채용이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남학생들은 외면 받아 왔는데 올해 입사 길이 열려 다행"이라며 "은행에서 자산관리나 투자상담 업무를 맡고 싶어 금융자격증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고졸 채용에 적극적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69명에서 올해 100명으로 고졸 채용 규모를 늘렸고, 이 중 30여명을 남자 행원으로 채우기로 했다. 또 산업은행은 작년 48명에서 올해 80명으로, 외환은행은 31명에서 50명으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8명의 고졸 행원을 시범적으로 뽑았던 KB국민은행도 올해 그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고졸 채용 규모를 늘리면서 교사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경기 고양시 신일비즈니스고교의 문은경(39) 교사는 "지난해 11월 고1, 2학년 40명씩 80명의 우수 학생을 선발해 금융자격증 및 어학(영어, 일어, 중국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며 "고졸 채용을 권하는 정부 정책과 기업의 부응, 맞춤형 공부를 시키는 학교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져 올해 취업률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고졸 채용 바람에 대해 노태식 은행연합회 부회장은 "학력 인플레 해소는 쉽지 않은 과제지만, 지금처럼 은행권에서 고졸 채용에 적극 나선다면 다른 분야로도 파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순우 행장은 한발 더 나아가 "적어도 내가 있는 동안에는 능력의 차이는 있어도 학력의 차이는 없애겠다"며 "인사부와 연봉 등 방법론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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