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허리케인에 '전주성'이 함락됐다.
지난해 K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가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32강전 H조 1차전에서 '중국의 맨체스터 시티' 광저우 에버그란데에 1-5 충격패를 당했다. 한중리그 챔피언간 맞대결에서 카운터펀치를 맞은 탓에 한국축구의 자존심마저 구겨졌다.
마치 지난 2010년 동아시아연맹선수권에서의 중국전 0-3 참패를 보는 듯했다. 당시 축구 국가대표팀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대회에서 중국에 완패해 '공한증'을 무색케 했다. 그 동안 클럽대항전에서 K리그 구단의 강세가 돋보였지만 이날 전북의 패배로 더 이상 아시아 최강자임을 자부할 수도 없게 됐다.
전북은 중국의 부동산 재벌인 헝다그룹이 인수한 광저우의 머니파워에 무너졌다. 헝다그룹의 상상을 초월한 투자로 광저우는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2부리그 1위로 승격했던 광저우는 1부리그에서도 곧바로 정상에 오르며 대륙을 들썩거리게 했다.
특히 아르헨티나 출신의 다리오 콘카는 160억원을 받아 세계축구 연봉 3위로 알려졌다. 브라질 출신의 무리퀴는 지난 시즌 중국 C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고, 클레오는 지난해 10경기에서 10골을 넣는 원샷원킬 능력을 뽐낸 바 있다. 또 가오린과 펑샤오팅 등 중국 국가대표도 8명이나 포진됐다. '중국의 히딩크'로 불리는 이장수 감독이 광저우의 지휘봉을 잡고 있기도 하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적용된 '5-3-1'의 인센티브 제도는 승리 수당 500만위안(약 8억3,000만원), 무승부 수당 100만위안(약 1억7,000만원)이 골격이다. 경기에 졌을 땐 선수단이 300만위안(약 5억원)의 벌금을 내야 하지만 광저우는 지난 시즌에 2패만 당했다. 선수들은 인센티브만 200억원의 돈방석에 앉았다.
하지만 올 시즌 아시아무대에 진출하면서 인센티브 제도가 달라졌다. 정규시즌은 '3-0-3'으로 무승부 수당이 없어졌다. 대신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인센티브가 추가됐다. 승리 수당이 600만위안(약 10억원)이고, 무승부 수당도 300만위안(약 5억원)이라 선수들의 투지를 불태우게 만들고 있다.
전북은 광저우의 용병 3인방에게 농락당했다. 콘카와 클레오에게 각 2골, 무리퀴에게 1골을 헌납했다. 전북은 수비수 조성환이 전반 중반에 부상으로 교체되자 급격히 흔들렸다. 전반 27분 임유환이 밖으로 걷어낸다는 게 상대에게 차단돼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클레오가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며 아크 중앙에서 가볍게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반격에 나선 전북은 골대 불운으로 균형을 맞추는데 실패했다. 6분 뒤 에닝요의 슈팅은 골포스트를 때리고 튀어나왔다. 전반 40분 김상식이 아크 밖 30m 부근에서 반칙을 범해 위기를 좌초했고, 콘카의 왼발 프리킥에 두 번째 실점을 허용했다.
0-2로 전반을 마친 전북은 후반 10분 김정우 대신 루이스를 투입하며 추격을 노렸으나 오히려 후반 23분에 추가골을 내줬다. 전북은 곧바로 정성훈의 골로 따라붙었지만 공격적인 전술로 나서다 오히려 무너졌다. 후반 27분과 30분 추가골을 내준 전북은 추격 의지마저 꺾였다.
한편 성남 일화는 G조 원정 경기에서 나고야 그램퍼스와 2-2로 비겼다.
■한 골에 3억5600만원… 광저우 구단, 승리수당까지 총 28억 보너스 지급
광저우가 전북전 승리로 28억원의 돈잔치를 벌이게 됐다. 중국의 취재진에 따르면 광저우가 이날 전북과 AFC 챔피언스리그에 1골당 200만위안(약 3억5,600만원)의 인센티브를 내걸은 것으로 알려졌다. 5-1로 승리했기 때문에 선수단에게 돌아가는 득점 보너스만 17억8,000만원에 이른다. 게다가 기본적인 승리 수당이 10억원 이상이라 선수단은 한 경기를 통해 무려 28억원의 보너스를 챙기게 됐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상금이 150만달러(약 17억원)인 점을 고려한다면 광저우의 머니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이장수 감독은 "보너스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동기유발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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