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항상 여오현이다."
NH농협 2011~12 프로배구 남자부 정규리그 우승까지 남은 점수는 25점.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3세트를 내준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리베로 여오현(34)을 불렀다. 어깨를 다독이며 작전을 지시하자 알았다는 듯 활짝 웃었다. 다시 코트에 나가며 일일히 하이파이브를 하며 파이팅을 불어 넣었다.
삼성화재가 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원정경기에서 KEPCO를 3-1(25-17 25-14 20-25 25-23)로 꺾고 우승을 확정 짓자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여오현에게 달려갔다. 175cm의 작은 체구지만 존재감은 으뜸이다. 고비 때마다 공을 걷어 올린 덕분에 삼성화재는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28승5패(승점81)로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했다.
정규리그 역대 최다인 통산 4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도 그의 몫이었다. 동시에 삼성화재는 프로배구 출범 원년인 2005시즌 우승을 비롯해 8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 '명가'의 영광을 이어갔다.
여오현은 우승 경험이 풍부하고 중요한 순간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다. 신 감독은 경기 후 "어려울 때마다 중심을 잡아주는 여오현 등 고참 선수들에게 매번 고맙다"며 "궂은 일을 마다 않고 헌신해주는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승을 할 수 있었다"며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가빈 슈미트는 팀 내 최고의 수훈 선수를 꼽아달라는 말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여오현을 지목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공은 내가 많이 때리지만 그 공을 때릴 때마다 항상 처음으로 시작하는 것은 여오현이었다. 그가 없었다면 절대 우승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옆에 앉아있던 여오현은 정작 쑥스러운 듯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 전체가 하나가 됐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며 자세를 낮췄다.
수원=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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