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테니스(ATP) 선수중 최고의 왼손잡이 킬러는 과연 누굴까. ATP홈페이지는 최근 이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왼손잡이에 치명적인(Lethal) 플레이어’라는 제목의 기사에 따르면 라파엘 나달(25ㆍ스페인)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역 최강의 왼손잡이로서 여타 왼손잡이 선수들의 속성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일까. 4대 메이저타이틀만 통산 10개를 수확한 나달은 왼손잡이를 상대로 60승5패 승률 92.3%를 기록 중이다. 이는 1973년 이후 최고의 승률이다. 나달은 오른손잡이를 상대론 489승113패(이하 승률 81.2%)로 역대 6위에 올라있다. 나달은 원래 오른손잡이로 태어났다. 하지만 코치이자 삼촌인 토니 나달의 권유로 테니스 경기 땐 왼손잡이로 전향했다. 나달은 밥을 먹을 때나 글쓰기 등 일상생활에선 여전히 오른손을 사용하고 있다.
오른손잡이인 피트 샘프러스(미국)와 레이튼 휴이트(호주)가 각각 143승27패(84.1%), 79승18패(81.4%)로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앤디 로딕(미국)이 70승17패(80.5%)로 4위에, 보리스 베커(독일)가 135승33패(80.4%)로 5위다. 나달을 제외하고 현역선수로 10위 이내에 든 선수는 휴이트와 로딕뿐이다. 만능 플레이어 로저 페더러(31ㆍ스위스)는 뜻밖에 86승29패(74.8%)로 12위에 그쳤다.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25ㆍ세르비아)는 48승23패(67.6%)로 3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페더러는 “왼손잡이들은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위치를 선점해서 포인트를 따낸다. 좌우로 흔드는 서브와 한 손 백핸드도 매우 위협적이다. 경기초반에는 이에 적응하기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왼손잡이로 복식 전문인 제이미 머레이(26ㆍ영국)는 “왼손잡이들은 거의 오른손잡이 선수들과 시합을 하기 때문에 충분히 적응이 된 상태다. 하지만 오른손잡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부조화는 왼손잡이들에게 심리적 우월감을 준다”고 말했다. 왼손잡이로서 98년 호주오픈 남자단식 정상에 오른 페트로 코르다(44ㆍ체코)는 “왼손잡이들끼리는 경기하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그는 “왼손잡이 톱 플레이어들은 서브를 꽂아 넣는 폭이 오른손잡이보다 넓다. 다운드라인 바깥쪽으로 바짝 붙여 넣을 수 있다. 따라서 바운드 된 공을 받아 치기 어렵다. 이런 점이 오른손잡이를 불편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일반적으로 오른손잡이의 백핸드는 왼손잡이의 먹잇감이다. 왼손잡이가 이를 포핸드로 맞받아쳐 다운드라인에 거의 붙여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을 즐겨 쓴 이가 로드 레이버(호주)와 존 맥켄로(미국)다.
전 세계랭킹1위 카를로스 모야(스페인)도 “내키지 않았지만 이기기 위해선 왼손잡이들과 연습을 해야 했다”며 “왼손잡이들은 서브를 넣을 수 있는 각도가 상대적으로 커 이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왼쪽으로 한 걸음 더 옮겨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코트의 중간을 노출시킬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모야는 특히 역대 최고의 왼손 플레이어로 레이버를 꼽았다. 하지만 ATP홈피 온라인 투표에선 나달이 57%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인구학자들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 중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비율은 9대1로 나뉜다. 10명중에 한 명은 왼손잡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운동선수들의 경우 왼손잡이 비율이 평균보다 조금 더 높다고 주장한다. 실제 테니스의 경우 5일 현재 랭킹 100위권내 왼손잡이가 13명에 달해 평균보다 3% 더 높았다. 전문가들은 “테니스 탁구 펜싱 등 마주 보고하는 경기에서 왼손잡이 비율이 높은 이유는 이들이 오른손잡이와의 경쟁에서 늘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었기 때문에 유전적 특성이 후세에 전해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달리 12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윔블던테니스 남자단식 챔피언에 오른 왼손잡이는 오직 8명뿐이다. 평균보다도 훨씬 낮은 0.64%에 그쳤다.
한편 랭킹 10위내 여자 선수 중 왼손플레이어는 페트라 크비토바(22ㆍ체코)만이 명함을 올렸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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