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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hankookilbo/ "K팝 흑인비하 과장된 느낌" "받아들이는 입장도 고려를"

입력
2012.03.0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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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의 비하라는 게 저변의식에 깔린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면 반응하는 쪽이 더 이상한 쪽이겠죠. SNL 같은데에서도 아시아계나 흑인계 등에 대한 블랙코미디도 나오는데 딱히 문제된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애초에 한국에 흑인이 많으면 모를까 그런 환경적 특성도 고려 못하고 저런 문제를 제시하는 쪽이 이상하다고 봅니다."(6일자 11면 "K팝 문화 흑인비하…놀랍고 역겹다"기사에 대한 'neonz4'님의 댓글 의견입니다.)

얼마 전 미국 애틀랜타의 스타벅스 종업원이 한국인 고객의 주문을 받은 뒤 컵에 주문자의 이름을 적으면서 '찢어진 눈'을 그리는 인종비하적 행위를 했다고 국내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찢어진 눈'사건에 한국인이 분노한 것은 '찢어진 눈'이 단순히 신체적 특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오랫동안 아시아계 미국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돼 왔다는 뿌리깊은 사회적 맥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특정 인종의 신체적 특성을 묘사할 때에는 어떤 맥락으로 사용하는지가 중요합니다. 흑인들이 '흑인 분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19세기 중ㆍ후반 백인이 흑인으로 과장되게 분장해 코미디 연기를 했던 미국의'민스트럴쇼'와 관련이 깊습니다. 이 쇼는 현대에 들어와 억압당하고 차별받던 흑인들을 웃음거리로 전락시켰다며 비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으니 흑인 분장에서 흑인 비하를 떠올릴 수밖에 없지요.

이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할 때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물리적 거리를 좁혀 놓은 환경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는 'K팝 성공요인'보고서를 통해 K팝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해외로 진출하고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으로 문화를 향유하는 능동적 소비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내에서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을 자막까지 붙여 유튜브로 보고있는 지구 반대쪽 K팝 팬들의 숫자가 상당하다는 겁니다. 과거엔 해당 지역에서만 논란이 됐을'찢어진 눈'사건이 커진 데에는 피해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증거 사진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소셜미디어로 유통되는 우리의 문화 콘텐츠가 우리가 모르는 문화적 환경에서 성정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인종차별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봅니다. K팝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국적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하는 제작자의 의식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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