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화요일'에도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지 못했다. 롬니가 결정적 승리에 실패하면서 공화당 경선은 롬니와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의 양자구도 속에 장기전으로 치닫게 됐다.
10개 주에서 경선이 치러진 6일(현지시간) 롬니는 매사추세츠, 버지니아, 버몬트, 아이다호 등 5개 주에서 승리했다. 최대 승부처인 오하이오에서는 개표 종료 때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치다 38%의 득표율로 샌토럼(37%)을 1%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역사적으로 대선 본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을 번갈아 선택해온 '스윙 스테이트'인 오하이오주에서 승리하면 대통령에 선출될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 언론은 "롬니가 오하이오에서 고전하며 한계를 드러냈다"며 절반의 승리로 평가했다. CNN방송은 2008년 민주당 오하이오주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에게 패했지만 이후 대선 본선에서는 오하이오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꺾었다며 향후 경선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샌토럼은 남부 여론의 풍향계인 테네시, 오클라호마, 노스다코타의 3개주에서 이겼으며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고향 조지아에서 승리해 경선 지속의 명분을 얻었다.
과거의 슈퍼화요일은 20개주 이상에서 경선해 사실상 당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는 정치 이벤트였다. 롬니도 이날 경선에서 대승을 거둬 자신을 당 후보로 선언하려 했지만 대세론을 이어가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경선 뒤 롬니는 "나는 경청하고 있고 또 배우고 있다"면서 "내가 더 나은 후보이길 희망한다"며 반성의 뜻을 표했다.
기독교 보수세력의 지지를 받는 샌토럼은 "서부와 중서부 그리고 남부에서 이겼으며 미국 전역에서 승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언론은 롬니가 KO펀치를 날리는데 실패하면서 적어도 4월은 돼야 공화당 후보가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후보간 흠집내기가 계속되면서 공화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고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회복되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티머시 스탠리 옥스퍼드대 교수는 "롬니가 샌토럼 및 깅리치와 정체성 대결에 집중하고 있다"며 "넓고 다양한 중산층을 아우르지 못하고 피임이나 동성애, 낙태 같은 이슈에만 집착한다면 유권자들에게 오바마 리더십을 대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월 아이오와에서 시작한 공화 경선은 이날까지 50개주 가운데 21곳에서 마무리됐다. 롬니는 주로 산업지역에서, 샌토럼과 깅리치는 보수적인 중부지역과 남부지역에서 각각 승리했다.
CNN 집계에 따르면 대의원은 롬니가 389명, 샌토럼이 158명, 깅리치는 102명, 론 폴 하원의원은 60명을 확보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는 전체 대의원의 절반인 1,144명을 확보해야 8월말 플로리다주 탬파 전당대회에서 공식 지명된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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