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얘기를 하고 싶은데 강정을 모르므로 강정에 한번 다녀와 강정에 대해 쓰겠다고 작심한 것이 이 페이지였거늘, 핑계라지만 그 사이 강정 시인의 산문집을 만드느라 여직 강정에 다녀오지 못했다. 제주만 아니었어도 콜택시 불러 타고 부릉부릉 달려가 눈앞의 강정을 고스란히 옮겼을 텐데.
아, 바다가 육지라면… 그래, 육지로 이어졌다면 지금처럼 뒷짐 지고 구경하는 자세로부터 달랐을까. 밤낮 불 꺼진 언론과는 다르게 밤새 불 켜진 타임라인을 실시간으로 읽어내는데 마음에 큰 바위라도 들어앉은 듯 묵직했다. 구럼비 해안의 구럼비 바위라고 했던가. 거대한 한 덩어리의 용암너럭바위로 용천수가 솟아나 국내 유일의 바위 습지를 형성하고 있다지.
검색하는 족족 '희귀'와 '유일'이라는 단어는 물론이거니와 천연기념물, 멸종 위기의 동식물들 걱정에 모두가 한목소리로 내고 있는 바,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이거 해서는 안 되는 짓 아닌가. 가만, 애초에 상식을 모르는 정치권이지.
그렇다손 치더라도 해군기지고 지역경제고 이게 다 인간의 머리에서 빚어졌다면 자연은 그 스스로 비롯되어 우리 역시 이렇게 빚어진 것임을 이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을 어찌할꼬. 네가 그랬네, 나는 모르네, 이제 와 책임 전가할 요량이라면 일단 좀 닥치시고, 훗날 모래 알갱이 한 알이라도 빠짐없이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원상복구 시킬 자신 있는 시공업체라면 45톤의 화약이든 발파든 해보시든가.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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