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가 '300석 시대'에 들어섰다. 제헌국회 의원 수는 200명이었다. 5대 국회에서 291명으로 늘었던 국회의석은 6대와 7대 175석으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8대 국회부터 의석은 계속 늘었다. 그래도 최대 276석. 그 중 비례대표가 92명이었다. 299석이 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총선인 13대 국회부터다. 그때부터 대한민국 국회의원 수는 한 번의 예외를 빼곤 299명이었다.
국회의 의석 1석 증원과 일부 선거구 조정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절차적으로 타당하고 내용적으로도 맞는 비판이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국회의원 수는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되어있다. 헌법정신은 국회의원 수가 300명을 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300석은 19대 국회에 한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상 첫 300석은 심리적 상한선을 넘겼다.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국회의원 수를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거꾸로 늘린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국회를 없애자는 주장도 있다. 조금 과대해석하자면 국회의석 증원이 대의제에 대한 신뢰약화로 이어질까 걱정된다. 작년 말 한 조사에 따르면 '정당정치와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82.2%인데 반해, 긍정적 평가는 15%에 불과했다. 부정적 평가는 연령과 이념성향 등에 관계없이 고르게 나타난다.'국회 무용론'의 또 다른 표현이다. 선거구의 자의적 조정도 문제다. 주민 생활권도 무시하고 분구요청 지역의 군과 구, 그리고 읍ㆍ면ㆍ동을 쪼개서 이리저리 갈라붙인 것도 처음이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이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했다는 비판이 공감을 받는 것이다.
대안도 다양하다. 어제 오늘 나온 새로운 방안은 아니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줄기차게 지적해왔던 내용이다. 대표적인 것이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독립 기구화.' 지금까지의 선거구 획정은 이해 당사자가 알아서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게 했다. 원칙이 지켜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시한과 절차 등을 분명하게 정하고 중립적 기구에서 선거구 획정 등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제19대 국회는 300석이다. 앞으로 어떤 방식과 절차로 누가 의석 수를 정하고 선거구를 획정할지도 충분하게 시간을 갖고 연구할 부분이다. 이런 의미에서 제19대 국회의 첫 과제는 의석 수 산정과 선거구 획정방식의 제도화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의석수다. 적절한 국회의원 수는 과연 몇 명일까.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의 비중은 어떻게 할까. 의원정수는 중요한 문제다. 대의제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의 집합적 의사결정으로 운용된다. 따라서 집합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는 의회정치의 전개와 정치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대체로 보면 의회 규모에 따라 대표성과 효율성은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인다. 의회규모가 크면 대표성은 향상되지만 효율성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다음으로 의원 1인당 대표 인구수가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의원 1인당 대표 인구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두 배 가까이 된다. OECD 국가평균에 맞추려면 우리의 국회의원 수는 500명이 넘어야 한다. OECD 단원제 국가평균에 따르려면 800명 이상이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늘리는 것이 맞다.
특히 비례대표 의원 수가 늘어야 한다. 한국 선거정치의 향후 과제가 대표성 제고이기 때문에 이는 더욱 중요하다. 2004년과 2008년의 총선을 보면 서울 1당과 2당의 득표 차는 10만 표 미만이었다. 그런데 의석 수는 더블 스코어. 대표성의 위기다. 지금과 같은 '지역구 246석과 비례대표 54석'으로는 대표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비례대표 의원 증원이 필요하다. 비례대표가 최소한 지역구의 절반은 되어야 한다. 의석 수 늘리려면 제대로 늘려야 한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