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 파카를 드라이클리닝 맡기려는 참에 다시 불어 닥친 매서운 바람. 하지만 봄은, 눈에 보이는 풍경보다 혀가 감각하는 먹거리에 이미 도착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이달 찾아가볼 만한 곳으로 봄의 맛을 느낄 수 여섯 곳을 선정했다.
맑은 국물에 넘치는 인심
뜨끈한 국밥 한 그릇과 묵은 김치의 조화는 제아무리 ‘댄디한’ 여행길에서라도 굴복할 수밖에 없는 유혹이다. 전남 나주에 가면 나주 곰탕으로 불리는 쇠고기 국밥이 있다. 소의 내장 중에서도 제일 맛이 좋다는 곤자소니(창자 끝에 달린 기름기 많은 부위), 아롱사태, 양지머리 등을 뼈 대신 고기로 만든 육수 국물에 말아서 준다. 영산포의 홍어삼합, 구진포나루의 장어구이도 나주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 나주시청 관광기획팀 (061)339-8592.
바다로 올라오는 봄, 도다리
바닷바람이 눅어지는 3월이면 삼천포 앞바다로 도다리가 온다. 제주도 부근에서 겨울 산란기를 보내고 살이 꽉 차서 올라온 놈들이다. 경남 사천시 삼천포어시장에서 1㎏에 3만5,000~4만원에 살 수 있다. 뼈째 썰어내는 세꼬시가 일품. 하얀 살과 함께 씹히는 고소한 뼈맛이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나온 연유를 알 수 있게 한다. 사천시청 문화관광과 (055)831-2727.
연탄불에 구워 먹는 한우
아직 탄광의 이미지가 남아 있는 강원도 태백은 미식가들 사이에선 질 좋은 쇠고기를 저렴한 값에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1등급 이상의 순수 한우를 연탄불을 이용해 직화구이로 내놓는 것이 이곳 특징이다. 황지골시장 골목을 포함한 태백 시내 40여곳의 한우 식당의 간판엔 유난히 ‘실비’라는 말이 많다. 1인분(200g)에 2만 5,000원 선. 기름기 뺀 우둔산을 얇게 저며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먹는 육회가 일품이다. 태백시청 문화광광과 (033)550-2379.
자연이 만들어낸 영광의 맛
전남 영광군 법성포는 연중 조기로 유명하지만 봄철에 잡힌 조기는 특별히 알을 품고 있다. 영광 앞바다의 칠산어장은 지금 조기잡이 어선으로 북적거린다. 굴비는 싱싱한 조기를 살짝 염장해 말려 만드는데, 촉촉함이 살아 있는 굴비를 불 위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봄의 별미를 즐길 수 있다. 바싹 말린 굴비를 쌀뜨물에 담갔다 쪄내는 굴비찜도 혀에 착착 감긴다. 영광군청 홍보계 (061)350-5742.
오돌오돌 씹히는 봄바다의 맛
입맛이 뚝 떨어졌다면 충남 당진으로 가보자. 봄을 맞은 당진 포구에는 싱싱한 간재미회가 기다리고 있다. 갱개미로도 불리는 간재미는 홍어 새끼를 닮았는데, 삭혀서 먹는 홍어와 달리 간재미는 막 잡힌 놈을 회무침으로 주로 먹는다. 예전엔 성구미 포구가 간재미로 명성이 높았지만 최근엔 장고항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3월 중순 이후엔 실치회도 맛볼 수 있다. 당진시청 관광개발사업소 (041)360-6551.
세계 음식 종합 선물세트, 원곡동
지하철 4호선 안산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세계 각국의 언어로 적힌 음식점 간판을 만나게 된다. 경기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 네팔, 중국,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의 이색적인 음식과 두리안 같은 열대 과일도 맛볼 수 있다. 연변식 순대 등 이국적인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이색적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안산시청 관광해양과 (031)481-3059.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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