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연일, 휘발유의 전국 평균 가격이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미 2,000원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 버렸다. 서민들은 물가인상에 지칠 대로 지쳤다.
국제유가도 심상찮다. 중동 정세 불안이 국제유가 상승을 여전히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이란의 핵문제는 국제유가를 더 꼬이게 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 정부에 이란 산 원유 수입량을 줄이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미국과 이란, 그리고 이스라엘 중 어느 하나가 이성을 잃게 된다면, 곧장 국제유가는 크게 요동칠 것이다.
유가대란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데, 정부만 천하태평이다. 이럴 때일 수록에 정부가 나서서 민생경제를 단단히 챙겨야 하는 데, 딴 곳에만 정신 팔린 듯하다. 정부가 기름 값 잡겠다고 내놓은 정책이란 게, 고작 알뜰주유소뿐인데, 이것으로 당분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는 근본적인 처방이 못된다. 기름 값 인하효과보다는 저렴한 주유소 앞에서 벌어지는 진풍경 대기행렬의 시간낭비에 따른, 사회비용이 더 크다고 본다.
기름 값 문제의 본질은 첫째가 터무니없는 유류세이고 둘째가 잘못된 환율정책이다. 둘 다, 정부 탓이다. 이것을 정부가 해결하지 않고 다른 탓만 한다면 당연히 실효가 없게 마련이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어깃장 정책들 때문에 유류세 인하 목소리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이제 국제유가 마저 크게 뛰게 되면, 국내 기름 값 폭등은 불 보듯 뻔하고 그땐 유류세를 인하해도, 아무런 약발이 없게 된다.
과거부터 정부는 유류세 인하에 대한 국민의 소리에 딴청을 부려왔다. 예를 들어 우리의 유류세와 기름 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이 아니라고 억지를 부려왔다. 가처분 국민소득 대비해서 보면, 우리의 기름 값은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수준이다.
기름 값은 또한 환율에 민감하다. 환율이 900원 하다가 1,100원 하면 가만히 앉아서 200원을 더 내는 셈이다. 이번 정부는 수출하는 대기업을 생각해서 고환율 정책을 썼다. 누구를 위하여 서민들은 지난 4년간 휘발유 값을 200원 더 비싸게 지불해야 했던가.
환율을 정상화해야 한다. 그러면 휘발유 값은 2,000원에서 1,800원으로 떨어진다. 앞으로 무역에서 수입이 늘고 국제유가가 오를 것이 명백하게 예상되는 마당에 환율을 내리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고환율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처사다. 서민 주머니 탈탈 털어 수출대기업 금고 채워주는 고환율 정책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환율을 내려서 기름 값을 낮춰 것이 양심 있는 행동이다.
그리고 세금도 250원정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그 후에, 정유사도 100원씩 인하에 동참하면, 휘발유 값은 1,450원이 된다. 환율 인하, 세금 인하, 대기업의 윤리경영 동참, 이게 유가대란 대비에 대한 정답이다.
원유가격 폭등 덕에 유류세 수입이 늘어났다고 표정 관리하는 정부를 서민들이 성난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게 두렵지 아니한가. 서민이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세금수입 대박을 누리고 공무원 월급 올려주면서,
정유사 탓을 하거나 서민을 상대로 "에너지를 절약하여야 하는 데, 왜 안하느냐"하고 가르치려 든다면, 국민의 분노는 폭발할 것이다.
이제 유류세 인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휘발유 같은 차량연료는 법으로 탄력세율을 적용하게 되어 있다. 즉, 유가가 뛰거나 서민이 고통을 받는 등 경기변동의 원인이 발생했을 때, 30%정도 낮출 수가 있는 것이다. 유류세를 내리기 위해선 국제유가가 더 뛰어야 한다느니, 서민의 고통이 아직은 극에 달하지 않다느니 하는 식으로 정부가 법을 무시한 채 고집을 부리는 한 유가대란은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휘발유 세금을 대폭 인하하고 아울러 택시와 버스에 들어가는 유류에도 세금면제를 단행해야 지독한 파국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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