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간 중단됐던 국제사회와 이란의 핵 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이란이 “핵 실험 의혹을 받아 온 파르친의 군사시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사찰할 수 있게 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도 이란의 협상재개 제안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란 핵 문제가 대결 일변도에서 협상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나 핵 사찰 수용 등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이란 정부의 ‘꼼수’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대표는 6일 “핵 협상을 재개하자는 이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앞서 사에드 잘릴리 이란 핵 협상 대표는 지난달 EU에 서한을 보내 전제조건 없는 협상 재개를 제안했다. 이란 핵 협상에 대한 서방의 창구 역을 맡고 있는 애슈턴 대표는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을 대신한 성명에서 “이란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고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 낼 건설적인 대화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협상 시기와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현 단계에서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있다고 믿는다”며 “1~2주일이나 1~2개월 내에 (군사공격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은 사실에 근거한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 핵 시설이 타격의 범위를 벗어난 ‘면역지대’에 들어서기 전에 선제 공격해야 한다는 이스라엘에 대해 당분간 경제 제재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제재가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고 더 강력한 제재가 예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미 의회는 모든 이란 은행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새 제재법안을 곧 발의할 것이라고 AP통신이 7일 보도했다. 지금까지는 이란 중앙은행과 대형 국영은행 등 20여 개만 제재 대상이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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