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35일 앞두고 부산 사상구가 달아오르고 있다. 야권의 유력주자인 문재인(59)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새누리당의 최연소 총선 후보인 27세 여성 손수조씨가 맞대결을 벌이게 됐기 때문이다. 부산ㆍ경남(PK) 지역에 야풍(野風)을 확산시키기 위한 진원지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야권의 낙동강벨트 확산을 차단하는 저지선을 형성할 수 있을지 여부에도 전국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6일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인지도가 높은 문 고문을 선호하는 의견이 다소 많았지만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만큼 손씨의 상승 가능성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괘법동에서 만난 주민 김창수(67)씨는 새누리당의 손씨 공천 얘기를 꺼내자"지역주민을 완전히 무시하는 거 아니냐"며 격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사회 경험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후보가 지역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공천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새누리당이 이 지역을 포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례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모(55)씨도"새누리당에 대한 불만 사항을 하나 둘씩 꺼내면서 바꿔봐야 한다고 얘기하는 손님들이 많다"며 "새누리당이 어린 아가씨를 공천했다고 하니까 당보다 사람을 보고 찍어야 한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고 전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손씨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감전역 인근에서 만난 회사원 최모(36)씨는 "문 고문이 대선주자라 이번에 뽑아줘도 1년도 못 채우는 것 아니냐"며 "안 그래도 낙후된 지역이므로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보다는 이 지역에서 자란, 젊고 참신한 사람에게 기대를 걸어보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사상에만 30년을 살았다는 노점상 정모(76)씨는"문 고문과 붙어볼 만한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고 손씨를 공천한 것 아니겠느냐"며 "새누리당도 젊은 사람에게 공천을 줄 정도로 바뀌고 있는 만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진표가 확정됨에 따라 후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먼저 문 고문은 이날 주례동과 엄궁동 일대를 돌며 지역 주민들과 피부 접촉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문 고문은 손씨의 공천이 확정된 것과 관련, "부산에서는 새누리당이 버거운 존재"라며 "새누리당의 후보가 정해졌으니까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손씨도 얼굴 알리기와 함께 기존의 당 조직을 챙기느라 더욱 분주해졌다. 손씨는 이날 오전에 덕포1동에 있는 한 경로당 등을 방문했다. 그는 "나이가 어리다는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지만 지역 발전을 위해 지역을 잘 아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선거 초반 판세는 문 고문에게 유리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문 고문(47.1%)이 손씨(34.2%)를 12.9%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구는 공단 등이 밀집해 있는데다 호남권 등 다른 지역 출신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최근 부산의 반여(反與) 정서 확산 등으로 문 고문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관측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늦게 뛰어든 손씨가 추격전을 벌이는 상황임을 들어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통적 새누리당 지지층이 막판에 결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손씨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전역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정모(57)씨는 "이제 본격적으로 선거전이 시작된 만큼 정말 지역을 발전시킬 후보가 누구인지 판단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을 누비고 있는 통합진보당 조차리(40) 후보와 무소속 강주만(60)후보도 선거 판세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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