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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카드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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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카드법 개정안

입력
2012.03.0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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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카드법'으로 불리는 여신금융전문업법(여전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면서 카드 수수료 논란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카드 수수료를 놓고 카드업계와 영세상인들의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개정 여전법의 골자는 금융위원회가 카드 수수료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소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를 적용하고, 카드 수수료를 업종이나 규모에 따라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여전법 개정안은 시장경제 원리를 심각하게 훼손할 여지가 있다"며 "가맹점 간의 수수료 차등 부과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수의 신용카드 회사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카드 수수료를 정부가 직접 정하는 게 문제해결을 위한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반면 기업 활동을 제한하더라도 여전법 시행을 통해 영세상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승재 전국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은 "대형 가맹점에는 1%대의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소상공인에게는 평균 3% 수준의 높은 수수료를 적용하는 행태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며 "오히려 카드 수수료 차별 금지에 그치지 않고 더욱 적극적으로 소상공인과 같은 경제적 약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 찬성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여전법)이 통과됐다. 하지만 신용카드사들은 이번 개정안이 헌법상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재산권 및 카드사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카드 수납 의무화 제도(여전법 19조)로 가만히 앉아서 일거에 전국의 소상공인업체들을 회원사로 쓸어 담았다. 또 카드 회원 확보를 위한 영업비만으로 연 4조원 이상을 쏟아 붓고 있으면서도, 카드 가맹점들을 위해서는 고율의 수수료를 마치 국세청이 세금을 원천공제 하듯 징수하고 있다.

이토록 엄청난 특혜와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신용카드사는 위헌 운운하며 국가의 근간을 흔들고 있고, 이를 해결해야 할 금융위원장은 '시장경제의 원리'니, 국회의원의 '포퓰리즘'이니 하면서 거꾸로 신용카드사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 현실이다.

여전법 개정안은 헌법 제119조 '승자독식의 시장경제질서가 아니라 정의로운 사회질서를 형성하기 위하여 경제에 대한 규제와 조정을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는 규정과,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나와 있는 '국민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라는 목적에 명확하게 부합하는 법률이다.

그렇다면 신용카드사들이 헌법을 들어 반대하는 '여전법'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자.

첫째, 여전법이 규정한 '신용카드업자는 가맹점과 수수료율을 정할 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책정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수수료율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이는 돈을 더 많이 버는 대형가맹점이 수수료를 더 많이 내야 하는 것이 공공법리에 부합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카드사가 거꾸로 대형가맹점에는 1%대의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소상공인에게는 평균 3%의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부익부 빈익빈 행태를 고치기 위함이다.

그 다음으로 '신용카드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영세한 중소신용카드가맹점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보자. 이는 사회적 약자인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로서, 재벌 신용카드사에 비해 협상력이나 정보력이 취약한 영세 가맹점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 실질적 평등이라는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조항이다.

혹여 이 조항이 거꾸로 영세가맹점만 우대하고 재벌 카드사를 역차별한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으나, 이는 신용 카드사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극히 미미한 영세 신용카드가맹점에 대해 우대 수수료율을 정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신용카드사 이익에 대한 침해 역시 아주 적을 수밖에 없다.

헌법 23조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고,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하며, 그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여전법 개정안이 설사 카드사의 영업 수행 자유를 침해하더라도 중소가맹점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카드사들의 어긋난 관행을 바로잡아 국민경제 발전과 공공복리에 이바지한다면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헌법의 정신대로라면 '신용카드업자는 신용카드가맹점에 대하여 수수료율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식의 동등한 대우를 넘어 더욱 적극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을 우대하도록 규정해야만 하는 것인데 이를 고려하면 작금의 개정안은 오히려 미흡하다.

카드사들은 그동안 여러 이유를 들어서 개정을 반대해왔다. 심지어는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면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

이는 영세 가맹점인 소상공인들에게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는 구조를 없애면, 앞으로는 카드사들이 소비자들로부터 부당이득을 취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반대해야 한다는 비상식적인 논리로 영세상인들과 소비자를 이간질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카드사들의 이간질에 영세가맹점을 비롯한 소상공인과 소비자인 국민들은 더 이상 놀아나지 않을 것이며, 정부에 여전법 개정 조항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한다.

최승재 전국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

■ 반대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여전법 개정안은 법사위에 계류 중인 저축은행사태피해자보상법과 더불어 선거를 의식한 일부 몰지각한 정치 행태의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법률 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 위헌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주제 넘는 일이어서 개인적 의견을 피력하지 않겠으나, 시장경제 원리의 심각한 훼손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법률은 도를 넘어선 것임에 틀림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영세한 가맹점에 대하여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를 적용하도록 강제하도록 하는 것은 가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도록 한 조치인데, 이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지나치게 침해하여 득보다는 실이 많은 조치로 판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시장이 만능은 아니므로 필요한 경우 정부가 개입하여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사안의 경우 시장이 작동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기제인 가격을 정부가 직접 정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시장 경제 하에서도 정부가 가격을 직접 결정할 수는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공서비스 요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공서비스는 시장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하는 경우 공급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으므로 불가피하게 정부가 이를 직접 공급하고 원가 회수의 차원에서 가격을 일방적으로 설정한다. 과연 신용카드 가맹점에 대한 결제 서비스가 공공 서비스의 성격을 가지는 것인지, 그렇다면 정부가 직접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사기업에 맡기고 있는지 물어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조치를 취하였다면 우리 사회가 그에 따른 부작용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하여 심각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가령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생활고에 처해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하여 이들의 임금을 정부가 직접 정하도록 요구하는 입법 청원이 제기될 때 어떤 논리로 이들을 설득할 것인지 묻고 싶을 뿐이다.

영세 신용카드가맹점이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이들을 위하여 정책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할 점은 영세가맹점에 대한 차등 수수료 부과는 신용카드시장에 존재하는 문제의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제의 원인은 그대로 둔 채 보기에 불편한 현상만을 탓하고 이를 금지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매우 높은 편이며 거래규모에 따른 수수료 차등이 상당한 수준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는 신용카드시장에서 충분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카드발급과 가맹점 유치, 매출전표 매입을 신용카드회사가 일괄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신용카드시장의 구조, 신용카드업에 대한 높은 진입장벽 등으로 인하여 소수의 신용카드회사가 시장을 분할하여 사회적으로 필요한 정도의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신용카드회사들은 시장지배력을 활용하여 이윤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구하게 되고, 협상력이 취약한 영세 가맹점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따라서 신용카드회사에 대한 공정거래 차원의 감시를 더욱 철저히 하고 필요한 경우 신용카드 시장구조를 경쟁친화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등의 대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신용카드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을 전면적으로 철폐하되 직불카드에 대한 혜택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신용카드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데 매우 유효한 방안이다.

경제학 교과서는 시장실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을 하더라도 상황이 반드시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으며 부적절한 개입으로 인하여 문제가 더욱 악화되는 정부실패를 경계한다. 이제는 입법부까지 나서서 시장실패를 보정하겠다고 하니 정부실패를 넘어 정치실패까지 걱정해야 되는 지경에 까지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의심 많은 경제학자의 기우에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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