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에게 2006년 '아내를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해 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했고, 박 검사는 이 내용을 후임인 최영운 대구지검 김천지청 부장검사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판사는 당시 박 검사에게 '기소하면 그 다음은 법원에서 알아서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판사에 대한 경찰의 재조사는 물론 최 검사에 대한 조사, 김 판사와 박 검사의 대질심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6일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박 검사는 지난 5일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김 판사가 전화를 걸어와 부인인 나 전 의원 사건과 관련해 부탁할 것이 있어 전화했으며,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을) 검찰에서 기소하면 그 다음은 법원에서 알아서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박 검사는 이 같은 김 판사의 발언을 후임 최 검사에게 전달했다고 진술서에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 검사가 일부 언론을 통해 "청탁을 전달 받은 기억이 전혀 없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최 검사는 2006년 1월 박 검사가 출산휴가를 가면서 해당 사건을 넘겨받았고 같은 해 4월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 김모씨를 기소했다. 김씨는 블로그에 나 전 의원을 친일파라고 쓴 글을 올렸다가 2005년 12월 나 전 의원 측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박 검사의 진술서에서 미진한 부분을 조사해보고 (박 검사에 대한 직접 조사와 김 판사에 대한 재조사 여부 등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패널인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지난해 10월 김 판사의 기소 청탁 의혹을 제기했고, 나 전 의원 측은 주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나꼼수가 지난달 29일 기소 청탁 의혹을 받은 당사자로 박 검사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이 사건의 파문은 확대됐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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