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이디타로드 개썰매 경주/ 영하 73도, 눈폭풍을 뚫고…1600km 인간한계를 달린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이디타로드 개썰매 경주/ 영하 73도, 눈폭풍을 뚫고…1600km 인간한계를 달린다

입력
2012.03.06 12:22
0 0

매년 3월이면 눈과 얼음의 땅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노메까지 1,600km를 이어 달리는 '상상초월' 세계 최장의 레이스가 펼쳐진다. 이름하여 아이디타로드 개썰매 경주다.

대회유래는 19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골인지점인 노메에 급성 전염병 디프테리아가 창궐, 면역력이 없던 어린이들의 목숨이 위협받게 됐다. 디프테리아는 백신만 있으면 치료가 가능했지만 노메에는 백신이 구비되어 있지 않았던 것. 이에 따라 주민들은 개썰매를 이용해서 백신을 조달키로 했다. 주민들은 100여 마리의 개를 동원해 릴레이식으로 앵커리지에 도착해 백신을 손에 넣는데 성공, 결국 어린이들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1973년 알래스카에 거주하는 토종 에스키모인들끼리 겨울축제 이벤트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대회 초기에는 그들만의 잔치로 여겨졌다. 1,000마일이 넘는 장거리 레이스에 사정없이 몰아치는 눈 폭풍(블리자드)을 헤치고 영하 73도까지 떨어지는 혹한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고도 차이도 최대 1,000m에 달해 지역 환경에 익숙한 에스키모인들이 아니면 완주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특히 알래스카 산맥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보면 2,000㎞를 훌쩍 넘기기가 일쑤다. 따라서 대회 우승자는 10여 년 이상 에스키모인들이 독차지 했다. 하지만 92년 스위스인이 처음으로 외국인으로서 우승컵을 차지하면서 국제대회로 본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40주년을 맞이한 아이디타로드는 매 대회 때마다 15개국 이상에서 50여명의 베테랑 선수와 1,000여 마리가 넘는 개가 출사표를 던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5일(한국시간) 시작된 올해 대회는 모두 66개 팀이 도전장을 던졌다. 팀 당 개는 16마리. 이들은 9~15일 동안 1,600km가 넘는 빙판과 원시림을 지나 1900년대 초 골드러시의 땅으로 유명한 노메에 골인한다.

출발은 16마리의 개가 함께 했지만 결승선에 도착할 때는 평균 10마리 안팎으로 줄어든다. 경주 견들이 추위와 배고픔을 못 이겨 중간에 동사(凍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물 애호단체에선 아이디타로드 개썰매 경주대회에 대해 동물학대를 이유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역대 최고기록은 지난해 우승자 존 베이커(49ㆍ미국)가 기록한 8일 19시간 46분 39초. 16번 참가한 끝에 마침내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린 베이커는 에스키모인으로서 1976년 이후 37년만에 맨 먼저 결승선을 끊어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그는 "나이가 많은 탓에 우승 후 은퇴를 고려했으나 고향 팬들이 대회 참가를 원해 다시 출발선에 섰다"고 말했다. 베이커와 함께 이전 우승자 6명도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디타로드 개썰매 경주의 공동 창립자 조 래딩턴의 손자들도 올해 경기의 첫 출발 주자이자 마지막 출발 주자로 나서 분위기 띄웠다. 레이 래딩턴 주니어(36)는 지금까지 11번 출전했으나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는 7위로 골인했다.

한편 1985년 리들스 라이비(미국)가 여성으로서 첫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이듬해 수전 부처(미국)가 바통을 이어받아 대회 3연패를 달성한 데 이어 90년 대회에서 다시 한번 맨 먼저 결승선을 끊어 여성으로 모두 4번이나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