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박순천, 윤보선, 김두한, 유진오, 장기영, 정일형, 민관식, 이종찬, 이민우, 이명박, 노무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국을 이끌었던 지도자 내지는 중진 정치인인가? 그것도 정답이나, 보다 정확히 하면 서울 종로구의 역대 국회의원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을 보면 종로가 왜 '정치 1번지'로 불리는지를 알 수 있다. 대통령만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등 3명이나 나왔고 내각제를 채택한 2공화국의 장면 총리도 종로의 1대 국회의원이다.
■ 다른 인물들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박순천 여사는 5선, 야당 당수를 지낸 한국 정치사의 '여걸(女傑)'로 종로의 2대(1950~54년) 의원이었다. 소설가이자 법학자, 정치가로 대한민국 제헌헌법을 기초한 유진오 박사는 7대(71년) 때 당선됐다. 정치규제로 묶인 양김(김영삼 김대중)을 대신한 이민우 신민당 총재는 85년 2ㆍ12 총선 때 종로에서 야당 바람을 일으켰다. 청산리 대첩의 김좌진 장군 후손인 협객 김두한도 종로의 3대 의원이다.
■ 또 경제부총리를 지낸 장기영, 국회부의장 민관식, 독립운동가 집안의 적자로 YS와 대선후보 경쟁을 벌였던 이종찬, 8선의 야당 거물로 부인 이태영 여사, 아들 정대철 전 의원으로도 유명한 정일형 박사 등도 굵직한 정치행보를 보였다. 이처럼 거물들이 배출됐던 것은 여야 각 정당이 종로가 선거의 흐름을 선도한다고 판단, 간판 주자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16대 이후 한나라당 정인봉, 박진 의원이 연거푸 당선되면서 종로의 무게감은 다소 떨어졌다.
■ 이번 총선에서는 6선의 홍사덕 새누리당 의원과 4선에 야당 대표를 지낸 정세균 민주통합당 의원이 맞붙게 돼 종로가 다시 중심지로 부상했다. 종로는 과거 야성이 강했지만 13대 이후에는 24년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궐선거로 당선된 때를 제외하곤 모두 민정당, 민자당, 한나라당을 택하는 보수성향을 보여왔다. 야당으로 3번, 무소속으로 2번 당선된 근성의 홍 의원, 지역구(전북)를 떠나 선봉 역을 자임한 정세균…종로가 누굴 뽑을지 정말 궁금하다.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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