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에서 독립 생활 4년째인데 집 재계약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심해요. 집주인은 마음대로 월세를 올리는 데, 세입자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분쟁 조정 기구 설치를 요구하면 어떨까요?"
"비혼(非婚) 1인 가구가 이렇게 많은 데 주거 복지 정책이 아직도 '4인 가족 내집 마련'수준인 건 문제에요.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도 35세 미만 단독세대에는 해당이 안되더라고요."
5일 저녁 서울 마포구 망원동 '민중의집'에서는 10대 후반~30대 남녀 10여 명이 '독립생활자, 비혼 여성, 성소수자가 살기 좋은 마포를 만드는 정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이들은 4월 총선에 대비해 모인 마포 지역 유권자 모임 '보트피플(Vote People)'기획단이다. 성소수자 모임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 공동체 라디오 마포FM의 여성주의 프로그램 제작 모임 야성의꽃다방,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언니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이 "마포 지역에 밀집해 있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내자"며 지난달 말 만난 것이다.
마포 지역은 홍대 앞과 신촌 등 대학가, 공동체마을인 성미산마을과 많은 진보 시민단체들이 있고 지역 운동이 활발하다는 특성상 1인 가구와 청년층, 비혼 여성과 성소수자 거주 비율이 높다. 하지만 대부분이 주거가 불안정한 세입자인 탓에 주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 보트피플은 "명의만 주민인 집주인이 아니라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각오로 만들어졌다.
기획단의 일원인 4년차 주민인 이은(34ㆍ여)씨는 "여기 이사 온 것은 정서적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비슷한 친구들이 많아 비혼인 상태로 살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라며 "나와 친구들이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세입자들의 주거를 안정시키는 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3년차 주민인 이김명란(30ㆍ여)씨는 "이웃들이 모두 1인 가구일 만큼 1인 가구 비율이 높은데도 이들을 위한 공약을 본 적이 없어 답답했다"며 "남성 생계부양자가 이끄는 4인 가족 중심 복지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트피플은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세입자 권리조항 제정, 차별금지법 제정, 파트너십법 제정, 낙태 합법화 등의 정책 요구안을 만들어 이에 공감하는 유권자 명단과 함께 마포 지역 출마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다음달 1일에는 출마자들에게서 이에 대한 답변을 듣고 토론하는 파티 형식의 행사도 연다.
기획단을 주도한 오김현주(32)씨는 "보트피플은 '유권자'라는 뜻이면서 불안한 사회 상황 때문에 정주하지 못하는 소수자들의 난민 같은 처지를 가리킨다"며 "이번 유권자 운동은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던 소수자의 주거권, 노동권, 성적 자기결정권 등을 공론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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