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작정하고 화장대 앞에 좀 앉아 있어봤다. 수입화장품 가격이 거품이니 뻥튀기니 원가 들으면 뒤집어질 거니 하여 올라오는 기사에 화가 펄펄 끓어서다. 아무리 브랜드 로열티나 상표권, 연구개발비 등이 포함되지 않은 거라지만 그래도 원가가 6,300원인 에센스를 15만 5,000원에 팔아먹는 건 정말이지 양심에 털 난 일이 아닌가.
주름에 좋다니까 덥석, 보습에 좋다니까 잽싸게, 미백에 좋다니까 얼씨구나, 백화점에 갈 때마다 마네킹처럼 변장한 각 브랜드의 제복 입은 아가씨들 손에 이끌려 카드 얼마나 북북 긁어댔었나. 누구처럼 억대의 피부 관리 받을 형편도 못 되고 가만있자니 하루가 다르게 현무암처럼 모공은 넓어져가고 어쨌거나 좋다니까 좋을 거라니까 까짓것 무이자할부쯤이야 얼마나 쉽게 생각했던지.
그렇게 사 모은 화장품을 화장대 위에 장난감병정처럼 줄 세우는 것을 낙으로 알았던 나, 다 쓰지도 못하고 다 쓸 것도 아니면서 그렇듯 쓸데없이 욕심 부렸던 나, 그런 내게 한 중견 화가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었지. 하여튼지 간에 우리 집사람에겐 명품에 명자만 꺼내도 이혼이라고 했시유.
그거 조금 펴 바른다고 눈 밑이 쫙 펴진다니, 크림이 무슨 다리미유? 아니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웬 낭비여 낭비가. 다행히 중저가의 토종 브랜드가 이 참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는데 품질이야 뭘 더 바라겠는가. 다만 우리 부디 디자인 좀 앞서가게 해주세요, 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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