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남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기소 청탁을 했다는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박은정 부천지청 검사가 5일 검찰을 통해 경찰에 진술서를 제출했다. 당초 박 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던 경찰은 박 검사의 진술서 내용을 검토한 뒤 직접 조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박 검사가 낸 진술서의 내용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직접 조사 여부는 진술서 검토 결과를 토대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기소 청탁 의혹과 관련해 박 검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며 시기와 방법은 본인과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검찰은 박 검사에게 기소 청탁 관련 내용에 대한 진술서를 경찰에 바로 내도록 했으나, 박 검사는 검찰에 내겠다며 경찰에 전달해 달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박 검사가 '경찰에는 제출하지 않겠다'고 해 그렇게 한 것"이라며 "서류에 봉해 가져온 진술서를 뜯지도 않고 경찰에 그대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진행자인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지난해 10월 나꼼수 방송에서 김 판사가 서울서부지법에 재직하던 지난 2005년 일본 자위대 행사장을 찾은 나 전 의원에 대해 비판글을 올린 네티즌을 기소해달라고 서부지검 검사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나 전 의원 측은 이에 대해 주 기자를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고, 주 기자는 같은 혐의로 맞고소했다.
나꼼수는 이어 지난달 28일 방송에서 박 검사가 김 판사로부터 기소청탁을 받았다고 검찰 공안수사팀에 말했다는 내용을 방송, 파문이 확산됐다. 박 검사는 지난 2일 사표를 제출한 뒤 휴가를 떠났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김 판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서면조사했으나 김 판사는 기소청탁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제출받은 박 검사의 진술서 내용을 토대로 김 판사에 대한 재조사 및 나 전 의원에 대한 조사 여부도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4월 26일)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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