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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여행하려다 '분통 터진 U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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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여행하려다 '분통 터진 U턴'

입력
2012.03.0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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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43)씨는 지난 4일 결혼 15년 만에 처음으로 강원 태백시에 사는 시부모와 함께 필리핀 마닐라로 가족여행을 가려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되돌아와야 했다. 항공사 측이 탑승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김씨의 시부모처럼 단수여권을 소지한 관광객은 필리핀 입국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씨는 "몇 달 전부터 회사에 휴가를 신청해 준비한 여행인데, 사전에 항공사나 여행사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외교통상부에 문의했더니 필리핀의 입국심사 기준이 바뀌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필리핀 정부가 이 달 1일부터 입국사증(비자)이 없는 단수여권(유효기간 1년 이내에 한번만 사용이 가능한 여권)이나 여행증명서를 소지한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불허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닷새 동안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여행객들이 인천 등 국내 공항까지 갔다가 발길을 돌리거나,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입국 거부를 당해 되돌아오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필리핀 현지에 도착했다가 입국 거부를 당한 우리 관광객들이 항공사에 크게 항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 관광객의 필리핀 입국은 하루 평균 2,0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필리핀 정부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지난 주말 현지 공관을 통해 단수여권을 소지한 한국인이 입국 거부됐다는 사실을 전달받고 여행객들에게 통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필리핀 입국을 거부 당한 사람들의 문의와 항의가 잇따른 5일 오후에야 뒤늦게 필리핀 당국의 입국심사 기준 변경 및 강화 사실을 보도자료로 내 '뒷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필리핀 정부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한 정부와 달리 항공사들은 입국심사를 강화한다는 통보를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2월 중순쯤 필리핀 정부로부터 임시여권 소지자는 입국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단수여권 소지자까지 입국이 불허되는지는 몰랐다"며 "지난 주말 이후 단수여권 소지자의 필리핀 행 비행기 탑승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당국이 우리 측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입국심사를 강화한 것은 최근 단수여권으로 입국한 한국인들이 연루된 범죄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 현지 관광가이드 리(45)씨는 "지난달 발생한 필리핀 현지 경찰과 가이드가 연루된 한국인 관광객 납치 사건 등 일련의 사건들이 입국심사 강화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외교관은 "출입국 관련 규정은 각 국가의 주권 사항이지만 이를 바꿀 경우 관련국들에 통보하는 게 외교적 관례"라며 "필리핀 정부의 이번 조치는 외교적으로 큰 실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도 "필리핀 정부가 일반여권인 단수여권 소지자까지 입국을 막은 것은 지나친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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