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문제나 학교폭력은 피해자의 심리적 회복과 가해자의 처벌은 물론 양측에 대한 예방적 생활지도에 이르기까지 많은 면을 다루어야 하는 복잡한 문제이다. 효과적인 개입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요령을 살펴보자.
#서로 친했던 4명의 여학생 그룹이 있었는데, 그 중 한 아이가 나머지 아이에게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고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피해학생의 일기를 보고, 교사가 가해학생들을 불렀다.
가해학생1: 미애가 저한테는 이 친구 욕을 하고, 이 친구한테는 제 뒷담화를 하더라고요.
가해학생2: 맞아요. 알고 보니까 짜증나더라고요. 기분 나빠서 겨울 방학 전에 따졌는데 미안하다는 얘기도 안 하길래 같이 안 놀고 방학 동안에도 연락 안했어요.
교사: ①너희 넷이 5학년 한해 동안 친하게 잘 지냈잖아.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가해학생3: 걔도 잘못한 게 있으니까 변명도 제대로 못하겠죠.
교사: ②다수가 소수를 괴롭히고 따돌리는 건 좋지 않아. 그렇게 친했는데 한 번 마음 상했다고 등 돌리는 건 너무 하잖아.
가해학생2: 너무한 건 미애예요. 왜 뒤에서 이간질하냐구요.
교사: ③5학년도 2주밖에 남지 않았고, 너희 넷도 다른 반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래도 맺힌 건 풀고 6학년이 되면 좋겠다.
가해학생1,2,3: 그렇고 싶지 않아요. 저희가 왜요?
교사: ④나중에 후회할거야. 너희가 입에 달고 사는 '우정'과 '의리'를 생각해서 다시 한 번만 미애에게 기회를 주자.
가해학생1: 먼저 의리를 저버린 건 미애에요. 이제 걔가 사과해도 별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요.
통 선생 코멘트
위 사례에서 교사의 의도는 아이들을 화해시켜 잘 지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사의 말 ①~④은 가해학생들에게 오히려 반감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해학생 입장에서 볼 때 교사의 말은 피해학생의 편만 드는 것으로 보이고, 자신들이 잘못했으니 바뀌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교사가 말을 하면 할수록 학생들은 마음을 닫고 피해학생에 대해 더 큰 불만을 갖게 된다.
교사의 말을 다시 짚어보자. 교사는 학생의 생각을 고쳐주려 설득하고 있다. 생각을 바꿔주면 왕따를 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생각이 변하면 행동이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감정이 따라오지 않으면 행동이 일어나지 않고, 생각조차 잘 바뀌지 않는다. 때문에 교사는 먼저 학생들이 피해학생에 대해 쌓여있는 감정을 변화시키고, 그 후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감정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때 변화가 생긴다. '그렇지 않다', '네가 잘못 생각했다'면서 생각을 바꾸려 들기 전에 먼저 '정말 억울하고 서운했던 모양이구나'하고 있는 그대로 공감해보라. 그러면 서운한 감정이 사라지고 나아가 친밀감이 생기게 된다. 그 후 생각 변화를 시도하면 학생이 잘 받아들이고, 긍정적 행동을 보일 것이다.
교사 반응①을 감정의 변화를 위한 '공감수용'반응으로 바꿔보자. 감정에 초점을 맞추면 긍정적 감정으로 변할 것이다.
이렇게 해보세요!
교사: ①미애의 행동에 대해서 배신감도 들고 불신감마저 들었겠구나. 사과도 없으니까 더 괘씸해서 어울리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단 얘기구나.
김창오 통선생(www.tongsaem.net) 대표 ㆍ울산 신일중 교사 kgoh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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