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부터 초중고교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학부모들의 마음이 무거워지고 있다. 토요 휴업일이 격주에서 매주로 확대돼 1년에 학교 가지 않는 날이 170여 일로 늘었지만 토요 프로그램을 제대로 갖춘 학교는 적고 학원을 보내기엔 사교육비가 부담스럽기 때문. 하지만 각 지자체나 지역 청소년수련관으로 눈을 돌리면 꽤 유익한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을 발견할 수 있다. 하루짜리 체험 행사부터 1년 내내 진행되는 상시 프로그램까지 다양하다. 어떤 경우는 봉사활동 확인서도 발급되니 그야말로 1석2조다. 토요 휴업을 앞두고 문의전화가 쏟아진 서울 강남구 수서동 서울시립수서청소년수련관(www.youtra.or.kr/suseo)은 어떻게 학생들을 끌어모으고 있는지 알아보자.
요리사 꿈도 키우고 봉사까지
"고구마 치즈볼 요리 완성된 걸 보니 기분이 어때요?"
"황홀해요. 너무 맛있게 생겼어요."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실시된 후 첫 토요 휴업일인 지난 3일 오후, 서울시립수서청소년수련관 2층 실습실. '토요요리사'프로그램에 참여한 18명의 학생들은 야채를 씻고 썰고, 고구마 치즈볼을 빚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늘의 메뉴는 고구마 치즈볼, 데리야끼 닭다리구이, 잡채. 평소 좋아하는 잡채를 만든다는 생각에 신이 난 초등학생부터 생전 처음 프라이팬을 잡아 봤다는 남자 중학생, 취미가 요리라는 여고생까지 모두가 즐거운 모습이었다.
수서청소년수련관 '토요요리사' 프로그램의 장점은 '진로탐색'과 '봉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 요리 강습을 맡은 서봉희 재능대학 강사는 "초ㆍ중학생의 경우에는 요리에 대한 관심과 흥미로, 고등학생은 요리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진로를 요리사로 정한 아이도 있다"고 말했다.
요리실습에 들어가기 전 간단한 이론 교육과 질의응답도 아이들의 진로탐색에 도움이 된다. 관련 학과, 자격증 취득 방법은 물론 요리 현장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진로탐색의 시간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학생들이 2~3시간 들여 완성한 요리는 서울지역아동센터 등에 전달된다. 참여 학생들이 만든 30~40인분의 요리가 센터 아동들의 저녁식사가 되는 것. 일종의 요리 봉사다. 이날 참여한 장예진(11ㆍ유석초4)양은 "내가 직접 만든 요리를 센터에 사는 친구들이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니 뿌듯하다"며 웃었다.
매주 토요일 2시에 열리는 이 프로그램은 경쟁률이 치열하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 10시에 선착순으로 온라인 신청을 받는데 하루 만에 정원 18명이 채워진다. 자매 프로그램인 파티셰 프로그램(매주 수요일 오후 5시)도 호응이 높다. 쿠키와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지역 사회에 전달하는데 제빵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의 문의가 많다. 수련관에 따르면 이 두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1만원, 초등학교 고학년~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하며 수서에 살지 않아도 참여가 가능하다.
동아리, 진로특강도 활발
같은 날 2층 면접실에서는 방송동아리 3기 오디션을 보기 위해 대기하는 청소년들로 만원을 이뤘다. 평소 방송ㆍ미디어 분야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이 서류전형과 오디션을 거쳐 선발되는데 4명의 면접관 앞에서 학생들은 미디어에 대한 평소 자신의 생각을 거침 없이 쏟아냈다. 수서청소년수련관에서 운영ㆍ지원하는 이 동아리는 1년간 토요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방송, 사진, 영상, 홍보, 편집 기술을 익히고 UCC동영상도 제작한다. 수련관 지원으로 전문 교육을 받고 특강이나 각종 공모전에도 활발히 참여해 진로 동아리 성격을 띤다.
중학교 때부터 동아리 활동을 해 온 양시영(17ㆍ경기여고1)양은 "쉬는 토요일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3년 전부터 활동했는데 장소가 제공돼 동아리원들과 매주 회의도 하고 제작도 할 수 있어 좋다"며 "무엇보다 배운 것이 쌓이는 느낌이 들어 보람 있다"고 말했다.
3월 넷째 주 토요일 오후 전문가와의 만남(연 6회ㆍ홀수달 실시)에서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법조계 전문가 특강이 준비돼 있다. 법률분야의 직업을 소개하고 생생한 직업현장이야기는 물론 향후 진로와 법조인 되는 방법 등에 대해 다룬다. 이 밖에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미리 가 본 대학! 대학탐방'프로그램과 전문가에게 배우는 20여개 직업 체험, 역사문화체험학습단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있다.
수서청소년수련관 특화상담팀 노지영 청소년상담사는 "3년 전에 문을 열어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검증된 강사 들을 초빙해서 그런지 주5일 수업제를 앞두고 학부모 문의가 빗발쳤다"며 "서울시 산하 22개 청소년수련관 중에 유일하게 진로체험관이 마련된 것도 호응이 높은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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