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ㆍ11 총선 2차 공천자를 발표한 5일은 '피의 월요일'이었다. 지역구 현역 의원 중 15명이 탈락했고, 8명은 지역구가 전략공천지로 분류돼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친이계 의원들에겐 더욱 잔인한 하루였다. 이날 고배를 마신 현역 의원 32명(비례대표 출신 공천 신청자 8명 포함) 중 친이계가 약 20명에 달했다. 특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경쟁 또는 긴장 관계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와 이재오 의원은 공천을 받은 반면 두 사람과 가까운 측근 의원들은 상당수 살아남지 못했다.
이 의원은 지난 달 27일 발표된 1차 공천자 명단에 일찌감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의 측근인 진수희 의원의 지역구(서울 성동갑)는 전략 공천지로 선정돼 진 의원의 탈락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의원 측근인 권택기(서울 광진갑) 의원은 공천에서 떨어졌고, 안경률(부산 해운대ㆍ기장을) 의원의 생환 여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또 정 전 대표는 이날 공천을 받았지만, 그와 가까운 전여옥(서울 영등포갑), 정미경(경기 수원을) 의원의 지역구는 전략공천지로 선정됐다. 정 전 대표 최측근인 안효대(울산 동구) 의원은 생존했다. 공천에서 탈락 또는 유보된 의원들 중엔 김무성(부산 남구을), 전여옥 의원 등 박 비대위원장과의 관계가 껄끄러운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한 관계자는 "정 전 대표와 이 의원의 '수족'들이 잘린 셈이어서 두 사람은 앞으로 당내 현안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됐다"며 "박 위원장이 대권 행보에 앞서 '박근혜당'의 색채 강화를 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공천 발표 지역이 수도권 중심이어서 상대적으로 친이계 출혈이 큰 것으로 보이는 것일 뿐 여론조사 결과와 경쟁력 등을 반영한 결과"라는 반박도 있다.
공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홍준표(동대문을, 거취 당에 일임)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 나경원(서울 중구) 전 의원 등은 일단 공천자 명단에선 빠졌다. 서울 종로에 도전장을 냈던 비례대표 조윤선 의원은 홍사덕 의원에게 밀려 탈락했다. 이들의 생사에 대해선 여전히 관측이 엇갈리는 가운데 조 의원은 광진을 전략 공천설이 나오는 등 둘 다 다른 지역구로 재배치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들 중엔 이동관(서울 종로)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박영준(대구 중ㆍ남구) 전 지식경제부 차관, 김대식(부산 사상)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등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 박형준(부산 수영)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경선을 치르게 됐다.
도덕성 논란을 낳을 수 있는 인사들은 대부분 탈락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전력이 있는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과 부인이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됐던 윤영 의원은 경남 거제에서 맞붙었으나 모두 떨어졌다. 장광근(서울 동대문갑), 윤석용(서울 강동을) 의원 등 비리 의혹에 휩싸인 의원들도 낙천됐다. 선거법 위반으로 자신의 지역구(서울 강동갑)에 출마할 수 없게 된 김충환 의원은 옆 지역구(강동을)에 도전했지만 쓴 잔을 마셨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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