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ㆍ2 지방선거를 이긴 민주당이 지난해 4ㆍ27 재보선과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승리하며 주가를 올릴 때 정치권에선 "민주통합당(구 민주당)의 승리는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덕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선거 승리가 민주당의 실력 보다는 미운털이 박힌 새누리당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민주당으로선 억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억울함을 벗을 기회를 다시 맞은 민주당이지만 여전히 실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4ㆍ11 총선 후보를 뽑는 공천 전쟁에서 새누리당을 압도하기는커녕 '새누리당 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구 민주당과 친노 그룹,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까지 참여해 민주통합당으로 거듭났다. 단순히 몸집만 커진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영남세력 일부까지 결합해 '전국정당'으로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잠재력도 갖췄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팟캐스트 '나꼼수'의 폭발적 인기는 총선을 앞둔 야권에 결정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민주통합당은 우리 사회의 99%를 대변할 수 있는 현실적 정치세력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게 됐다. 여기에다 지난 1월 치러진 당대표 경선에 최초로 모바일투표를 통한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끄는데도 성공했다. 민주당에 대한 기대는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다. 리얼미터의 1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39.7%의 지지율을 얻어 29.1%를 차지한 새누리당을 10.6%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지난달 공천이 시작된 뒤로 민주당에 대한 기대는 하루가 다르게 사그라들고 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졌다.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임종석 전 의원과 현대차그룹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화영 전 의원이 1차 공천에 포함됐다. 공천 정당성이 훼손되면서 탈락자들에게 항명의 근거를 제공했다. 공천이 시작된 후 민주당 당사 앞에는 탈락에 항의하고 공정 공천을 요구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제1 야당으로서 주도해야 할 야권연대에서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대표 회동 제안으로 다시 논의가 시작됐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은 더 쌓여가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 잡음은 최근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에 역전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제 "한나라당이 민주당 덕에 살아날 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눈여겨 봐야 할 점은 야권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온라인상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가 최근 빅데이터(Big Data) 기반 소셜네트워크 분석 전문업체 '그루터'와 함께 총선과 관련된 트윗 글 253만3,043건을 분석한 결과는 놀라웠다. '민주통합당''민주당'이라는 단어와 글쓴이의 심리를 드러낸 단어가 결합된 2만2,463건을 분석해 보니 '오만하다'는 단어가 서술어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었던 것이다. '실망스럽다' '방자하다' 등도 민주당과 연관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연관도 상위 10개 중 긍정적인 것은 '새롭다' 하나 뿐이었다. 민주당에 대한 트위터 민심은 한마디로 '새 정치에 대한 기대로 한껏 밀어줬더니 오만방자하게 군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는 최근 선거에서 민주당이 연거푸 승리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선에서 투표 인증샷 운동이 벌어져 특유의 빠른 확산성으로 젊은층을 대거 투표장에 나오게 했고,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SNS 민심의 변화는 빠르다. 현 정권의 실정과 여당의 '깜깜이 민심'에 대한 반발심이 SNS를 통해 확산ㆍ공유되면서 야권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듯 그런 SNS의 화살이 민주당을 향할 수 있다. 그 전에 민주당은 서둘러 공천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김동국 정치부 차장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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