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실시된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60% 대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권위주의적 통치와 측근 부정부패 등으로 반 푸틴 정서가 확산되는 속에서도 대안 부재로 그의 당선은 일찌감치 예상됐다. 2000~2008년 대통령 연임에 이어 세 번째 크렘린에 입성하는 그는 개정 헌법에 따라 2018년까지 6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그의 통치 스타일과 맞물려'21세기 차르'등극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5월 출범하는 푸틴 3기 체제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장기 통치에 염증을 나타내며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1ㆍ2기 집권 때 쏟아져 들어온 오일 달러 덕분에 성장한 중산층은 이제 정치사회 개혁을 요구하는 세력의 중심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총선 후 본격화한 국민의 저항은 SNS 붐을 타고 대도시뿐 아니라 농촌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푸틴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공권력 시스템 개혁, 부정부패 척결, 경제적 과실의 공정한 배분 등을 정책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개혁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야권과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실천 가능성에 회의적이라고 한다. 정보기관과 군 출신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국정운영 스타일도 개혁에 걸림돌이다. 부정부패 척결과 경제 과실의 공정 배분은 석유와 가스 등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과두 독점형 정치ㆍ경제 체제를 바꾸지 않고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투명하지 못한 권력구조와 부정부패 구조 척결에 푸틴 제3기의 명운이 달렸다.
'강한 러시아'를 추구하는 푸틴의 대통령직 복귀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은 2000년 푸틴 1기 때 윤곽이 잡혔다. 따라서 6자 회담 등 한반도 현안에 적극 영향력을 행사하고 남북한과 등거리를 유지하는 정책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강한 러시아 추구가 한ㆍ미ㆍ일과 북ㆍ중ㆍ러의 신 냉전구도 형성을 추동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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