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화재 이후 복구 공사 중인 숭례문의 문루 뼈대가 거의 완성됨에 따라 상량식에 올릴 들보에 상량 묵서가 씌어졌다.
상량식을 사흘 앞둔 5일 숭례문 복구 공사 현장에서 상량 휘호 행사가 열렸다. 서예가 정도준(64)씨가 한 뼘 폭의 길이 7m 뜬창방(들보)에 한문 해서로 ‘서기 이천십이년 삼월 팔일 복구 상량’이라고 썼다. 정씨는 창덕궁 경복궁 등 궁궐 상량문과 현판을 쓴 서예가다.
글씨를 쓰기 전 호분(조갯가루)으로 들보를 문질렀다. 호분은 목재 표면의 습기를 순식간에 빨아들여 묵서가 번지지 않으면서 먹이 매끈하게 먹도록 해준다. 이 들보는 8일 상량식에서 상량문과 함께 종도리 받침목으로 올라간다. 이날 묵서는 아래에서 올려다 보이는 바닥 면에 쓴 것이고, 상량문은 종도리에 닿아 보이지 않는 윗면에 홈을 파서 나무상자를 안치고 그 안에 넣는다.
상량문은 모두 5종이다. 태조 때 숭례문 건립 당시 상량문, 세종, 성종 때 보수 상량문, 1962년 보수 상량문, 그리고 이번 복구 공사 상량문이다. 예전 상량문은 실물은 없지만 1962년 수리 보고서에 전문이 기록돼 있어 서예가들이 옮겨 썼다.
새 복구 상량문은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가 글을 지었다. 한글 2,500여자에 숭례문 복구의 의의와 염원을 담고, 복구 공사 개요와 공사에 참여한 실무 책임자 명단을 밝혔다. 글씨는‘숭례문 복구 상량문’이라는 제목은 웅장하고 단정한 훈민정음 판본체로, 본문은 반듯한 정자체로 썼다.
상량 휘호와 새 상량문의 글씨를 쓴 정씨는 “일제에 훼손된 궁궐의 복원 상량문을 쓸 때는 민족 정기를 바로잡는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꼈지만, 이번 상량문은 우리가 잘못 지켜서 불탄 숭례문을 복구한 내용이라 마음이 아팠다”며 “이번 일이 문화재 사랑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숭례문 복구 공사는 8일 상량식 이후 10월까지 단청 공사와 기와 잇기를 마치고 마무리를 해서 연말에 끝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