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50km 이상의 빠른 공을 상대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벌떼의 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도중 갑작스레 몰려든 벌떼 탓에 41분 동안 지연되는 전대미문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는 5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솔트리버 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샌프란시스코와의 시범경기에서 '벌떼 출몰'로 인해 한 때 경기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당시 경기장에 있었던 목격자에 따르면 2회초 1사 2ㆍ3루에서 우익수 쪽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몰려들자 애리조나의 중견수 크리스 영이 갑자기 왼쪽 덕아웃 방향으로 뛰어갔다.
영은 "처음에는 벌들을 본 것이 아니라 소리를 들었다"며 "한 두 마리라면 두렵지 않았겠지만 최소 500~600마리가 몰려드는 것을 봤을 때 도저히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었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벌떼들이 오른쪽 펜스에서 샌프란시스코 덕아웃이 있는 1루 쪽으로 날아오자 근처에 있던 관중도 모두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벌들은 덕아웃에 있던 카메라까지 완전히 덮쳤다.
결국 구장 관리인들 만으론 소탕 작전이 불가능해 지역 소방관까지 출동한 뒤에야 벌떼들을 경기장 밖으로 쫓아낼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외야수 앙헬 파건은 "영이 갑자기 불펜을 향해 뛰어가는 것을 봤다. 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났고 나 역시 벌떼를 볼 수 있었다" 며 "만약 벌 한 마리가 나를 쏘았다면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문을 잠갔을 것"이라며 놀란 가슴을 달랬다.
결국 '벌떼의 습격'이 진압된 뒤 재개된 경기에선 장단 21안타를 때려낸 샌프란시스코가 7회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친 애리조나를 11-1로 크게 이겼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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