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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감동 없는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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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감동 없는 공천

입력
2012.03.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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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민주통합당의 공천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물론 선거 때가 되면 공천과정에서 이런 저런 갈등과 진통이 따르는 것은 흔한 일이다. 여당인 새누리당 또한 그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여당보다는 야당에게, 보수보다는 진보에게 더 역동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통념이기에, 그 기대에 어긋난 민주당의 공천은 그만큼 따가운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에 대해 가장 많이 나오는 비판은 현역 물갈이의 비율이 너무 적다는 것, 결국 쇄신의 강도가 여당에 비해서도 뒤진다는 점이다. 다수당인 여당과는 달리 소수당인 야당의 의원들은 4년 전의 어려운 선거에서 경쟁력을 입증 받고 살아남은 사람들이기에 물갈이의 폭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가 되는 면이 있다. 그럼에도 내부의 아픔을 무릅쓰는 결단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장면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야당의 공천으로는 너무도 건조했다.

또한 민주당의 공천은 다분히 복고적인 특징을 보여주었다. 공천명단에 든 사람들의 주축은 대부분 과거의 용사들이었다. 반면 이들의 부활에 가려서인지, 새로운 인물군의 등장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통합에 참여한 시민통합당 쪽도 더 이상 유의미한 세력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민주당의 공천이 단지 '친노 486'의 부활로 받아들여진다면, 이는 오히려 여당에게 공격의 소재를 주는 선거구도를 낳을 수도 있어 보인다. 4ㆍ11 총선을 '노무현 대 박근혜'의 대결로 포장하기 시작하는 일부 언론의 바람몰이가 그런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천상황을 비판하는 목소리 또한 그보다 더 복고적인 세력에게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까지의 민주당 공천을 '친노 486'의 부활을 위한 '동교동계 죽이기'로 규정하고 있는 구민주계야말로 복고적인 면으로 치면 '친노'를 훨씬 넘어선다. 따라서 이러한 논란 자체가 친노 구민주계 사이의 권력투쟁으로 비쳐지게 되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버린 야당의 모습을 부각시킬 위험이 크다.

민주당의 공천이 과거를 넘어서는 새로운 내용의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물갈이 폭이 적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새로운 세력의 등장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10년을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극복할 것은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진 새로운 인물들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시대를 함께했던 내부 동업자들은 많지만, 그 시대마저도 넘어서고자 하는 외부인들은 별로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이제까지의 민주통합당 공천을 보고 과거의 민주당을 그대로 떠올리게 된다면 이는 실패작이 되고 말 것이다.

현재까지는 민주당에 비해 물갈이의 폭이 커 비판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새누리당의 경우도 새로운 세력이 부재하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물갈이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현역을 얼마나 많이 탈락시켰느냐가 아니라, 그 빈 자리가 어떤 인물들로 채워졌는가 하는 점이다. 시대정신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이전과는 다른 여당을 만들어갈 인물들의 충원은 새누리당의 환골탈태를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기존 당내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한계 때문이다. 이제 새누리당은 박근혜당으로 변모했지만, 당을 이끌고 있는 박근혜계가 과연 새로운 시대정신을 갖고 우리 사회의 역동적 변화를 감당할 능력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새누리당을 이끌어야 할 세력은 친이를 퇴장시킨 친박도 아니요, 이제와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세력이어야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공천에서도 그러한 역할을 할 새로운 세력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 닥친 안철수 바람의 의미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 새로운 세력의 등장에 대한 열망이었다. 그러나 여야 두 당의 공천은 그 같은 국민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물갈이의 폭이 어떠하든, 영남 혹은 호남에서의 물갈이가 어떻게 되는가에 상관없이 두 당의 공천이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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