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7·아스널)은 한국 축구의 간판 공격수다. 그래서 최강희 A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똑같이 고민에 빠졌다. 하루빨리 경기력을 정상 궤도로 끌어올려 제 몫을 다해주길 바라고 있다.
박주영은 지난해 9월 열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레바논과의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시작으로 4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다. 한국 대표팀에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아스널에선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벤치 신세다. 경기 감각이 뚝 떨어졌다. 그래도 최강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달 29일 쿠웨이트(2-0)와의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최종전에 나가 풀타임을 뛰었지만 부진했다. 동반 출격한 이동국과의 호흡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은 5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박주영이 팀에서 경기를 못나가고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대표팀 경기를 통해 기량을 회복하기를 바랐다"며 "앞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만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오는 6월부터 열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 박주영을 배제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뤄낸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23세 이하) 감독도 박주영을 떠올리면 머리가 아프다. 와일드카드 때문이다. 올림픽은 월드컵과 달리 선수들의 나이 제한이 있다. 23세 이하의 선수들로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23세를 초과하는 3명의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추가할 수 있다.
홍 감독은 이날 오전 최 감독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와일드카드는 항상 중요한 관심사였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박주영이 후보군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엔 시기상조다. 먼저 좋은 경기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본선이 열리는 7월에 컨디션이 좋다면 그 때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홍 감독은 수석코치였다. 김정우와 김동진을 와일드카드로 사용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1승1무1패로 예선 탈락했다. 와일드카드의 명암을 잘 알고 있다.
홍 감독은 "부족한 포지션에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오면 좋을 수 있지만 성적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만약 와일드카드로 점 찍은 선수만 믿고 있는데 본선에 임박해서 출전이 안 된다고 하면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미리 선수들을 정해두지 않고 A, B, C 세 가지 플랜을 만들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래저래 '박주영 카드'는 한국 축구의 사활이 걸린 고민거리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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