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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38> 경복궁을 밝힌 첫 전기 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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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이주일의 小史] <38> 경복궁을 밝힌 첫 전기 점등

입력
2012.03.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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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7년 3월 6일 저녁. 어스름이 짙게 깔린 경복궁 건천궁에 작은 불빛 하나가 깜박깜박하더니 이내 눈부신 조명이 주위를 환하게 밝히기 시작했다. 이를 보기 위해 모여든 남녀노소들이 모두 감탄사를 터뜨렸다. 125년 전 오늘 우리나라 최초로 전등이 점화된 것이다. 에디슨이 백열 전등을 발명한 지 고작 8년만의 일이었으니,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전등이 가설되기 전 경복궁의 주요 전각에는 오지등이나 칠지등 같은 밀초가 사용됐고 부속 건물들은 쇠기름으로 만든 초를 사용하고 있었다. 초의 특성상 빛도 약하고 그을음과 냄새로 인해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첨단 제품인 전등이 점화되어 구중 궁궐 깊은 곳을 환하게 밝혔으니 사람들의 놀라움은 극에 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상황을 운현궁에 기거하던 한 상궁은 이렇게 전했다. "향원정의 취향교와 우물 사이의 중간 연못에 양식 건물이 세워지고 건물 안에는 여러 가지 기계가 설치되었다. 궁내의 큰 마루와 뜰에 등롱(燈籠)같은 것이 설치되어 서양인에 의해 기계가 움직이자 연못의 물을 빨아 올려 물이 끓는 소리와 우레 같은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그리고 얼마 있으니 가지 모양의 유리에 휘황한 불빛이 대낮같이 점화되어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밖의 궁궐에 있는 궁인들이 이 전등을 구경하기 위하여 핑계를 만들어 내전 안으로 몰려 들었다."

발전기 조립과 설치, 전등 가설은 미국 에디슨 전기회사의 '윌리엄 멕케이'가 맡았으며, 향원정 연못가에 세워진 발전 설비는 당시 동양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16촉광 백열등 750개를 켤 수 있는 규모였다.

전등이 밝혀진 이후 조선시대 사람들은 그 불빛을 보고 신기하다는 뜻으로 '묘화(妙火)'라고 불렀다. 또 불이 자주 꺼지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자 건달 같다고 해서 건달불이라고도 하고 도깨비불, 물불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의 사진은 없고 1987년 풍속화의 대가인 이남호화백이 최초의 점등 광경을 그린 '전기시등도'가 현재 전기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그로부터 11년 후 우리나라 최초의 전력회사인 '한성전기회사'가 설립됐다.

98년 고종황제가 미국인 콜브란의 조언 아래 이근배, 김두승 두 사람의 이름으로 설립한 민족기업인 한성전기회사는 곧바로 서울 시내의 전등, 전차, 전화사업을 시작했고 전기기술의 발달과 함께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조그만 발전 설비에 의해 경복궁에서 불을 밝힌 첫 점등이 한성전기회사에 의해 본격적인 전력 사업으로 발전했으며 현재 '한국전력'의 모태가 된 것이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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