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저항의 거점이었던 홈스를 정부군에 빼앗긴 시리아 양민들이 나라를 등지고 있다.
5일 유엔 관리의 발언을 인용한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레바논 국경에서 12㎞ 떨어진 시리아의 남동부 도시 쿠사르에는 난민 1,000~2,000여명이 몰려 들어 레바논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반군이 철수한 홈스에서 정부군의 보복 학살이 이어지자 쿠사르로 피신했으나 정부군이 이곳마저 공격 목표로 삼자 아예 국경을 넘으려는 것이다. 아직 이곳은 반군인 자유시리아군(FSA)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군이 북쪽 국경에 지뢰를 설치하는 등 경비를 대폭 강화한 상태여서 홈스를 탈출한 시리아인들이 선택할 탈출로는 이곳 밖에 남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목격자 증언을 인용해 쿠사르 인근에서 폭발음이 들렸으며 여성과 아이들이 걸어서 레바논 국경 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부군이 월경을 막기 위해 탈출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또 다른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이들이 도피처로 택한 레바논도 안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4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찬반 시위대가 동시에 거리행진을 했다. 최근 이들의 충돌로 인한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는다.
미처 홈스를 탈출하지 못한 시리아인 2만명의 운명도 바람 앞의 등불이다. 홈스에서 외부로 향하는 탈출로가 모두 끊겼기 때문이다.
현지 인권운동가들은 "정부군이 지난 사흘간 홈스에서 어른은 물론 14세 이상 청소년까지 즉결 처형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정부로부터 진입 허가를 받은 국제적십자사(ICRC) 대원들은 부상자 치료를 위해 홈스로 진입하려 했지만 사흘째 정부군 병력에게 가로막혀 구호활동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유혈사태 해결을 위한 유엔ㆍ아랍연맹 공동 특사로 임명된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10일 수도 다마스쿠스를 직접 방문할 예정이라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