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7.5%로 설정했다. 중국의 GDP 성장 목표치가 8%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양적 성장보단 사회의 조화와 물가 안정 등을 통해 민심을 잡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이반영된 것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1기 5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 업무(공작) 보고에서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경제성장의 질과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올해 GDP 성장률을 7.5%로 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의 8%에 비해 0.5%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GDP 성장률 저하가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도 목표치는 8%였으나 실제는 9.2% 성장하는 등 정부의 목표치가 항상 초과 달성됐다는 점에서 올해도 실제 성장률은 9%에 가까울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중국은 12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12·5계획ㆍ2011∼2015년)에서 5년간 연 평균 경제성장 목표치를 7%로 제시한 바 있다.
원 총리는 이날 보고에서 경제성장률은 조금 낮춘 대신 민생 안정엔 큰 비중을 할애했다. 그는 “백방으로 취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도시 신규 취업자를 900만명으로 늘려 도시 등록 실업률을 4.6% 이하로 통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이 큰 서비스업, 혁신형 과학기술 기업과 소기업, 영세기업 등을 중점 지원한다는게 정부 방침이다.
원 총리는 또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4% 정도로 잡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서민용 주택인 ‘보장방’ 건설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투기적·투자적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과 조치를 엄격하게 집행하고 보장방 건설을 계속 추진, 올해 기본적으로 500만가구를 건설하고 700여만가구를 신규 착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원 총리가 이날 소득분배제도 개혁을 심화하겠다고 역설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소득분배 체제를 개혁하기 위한 총체적 방안을 제정할 것”이라며 “공공자원의 양도 수익을 국민이 공유하게 하고, 고소득자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겠다"고 말했다.
경제발전 방식을 서둘러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 총리는 “발전과정의 불균형, 부조화, 지속 불가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 구조의 최적화와 고도화를 촉진하고 생태환경 보전 및 지역경제 균형발전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원 총리의 보고는 그 동안 ‘사회안정을 위해 8% 이상 성장이 필요하다’는 ‘바오바’(保8) 이론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국영기업 중심의 정부 주도 성장보다 물가와 부동산 안정, 경제구조 전환 등에 방점을 찍은 것은 고속 성장에 따른 빈부격차 확대와 사회 불안정 등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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