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유치원 보낼 때가 나았어요. 그땐 토요일 걱정은 없었는데…."
올해 딸 현서(8)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정미영(28)씨는 3일 숨가쁜 토요일을 보냈다. 보험설계사인 정씨는 격주로 토요일 근무를 하는데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 후 처음 맞는 토요일이 일하는 날과 겹쳤기 때문이다. 입학식 다음날이라 학교를 낯설어 했던 현서는 학교에서 마련한 프로그램 참여를 거부했고 정씨는 전전긍긍하다 친척 집에 아이를 맡겼다. 그는 "토요일에 부모랑 지내겠다는 아이가 많아서 학교 가기를 더 싫어하는 것 같다"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번 이 전쟁을 할 생각에 토요일이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주5일 근무를 하는 김미진(38)씨는 토요일이 반갑다. 초등학교 1학년, 4학년 아들을 데리고 마음껏 가족여행을 떠날 수 있기 때문. 김씨는 "월요일 출근 때문에 토요일 오전에는 출발해야 여행 부담이 적다"며 "지난해처럼 격주인지를 따지지 않고 아이들을 데리고 편한 때 딸기농장 체험이나 캠핑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닐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엄마들의 표정은 확연히 갈렸다. 아이들과 여유 있게 주말을 즐길 수 있는 엄마들은 웃었지만 토요일에 일하는 엄마들은 주름이 늘어난 것. 보살핌이 필요한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경우가 특히 심했다.
철저한 사전준비로 토요 돌봄교실을 조기 정착하겠다던 교과부의 약속과 달리 부실하게 운영되는 학교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교과부에 따르면 3일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61만8,251명(전체 8.8%)이 학교의 토요 프로그램에 참여해 힙합댄스, 발레 등 활동을 즐겼지만 이는 일부 학교에 불과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장예빈(13)양은 "올해부터 토요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학교가 토요일에 아예 문을 닫는 바람에 엄마가 동생과 함께 보낼 프로그램을 찾느라 바쁘다"고 말했다.
학교 프로그램이 있어도 부실해 결국 학부모들에겐 '토요일 사교육 부담'이 추가되고 있다. 서비스직에 종사해 주말이 더 바쁜 원미선(40)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딸이 한자, 독서, 영화감상 등 학교에서 만든 프로그램이 재미없다고 하는 바람에 아이들만 집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번 집에 있게 할 수도 없어 학원을 알아볼까 고민 중"이라며 "학부모 회의 때 학원에 보낼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영재교육으로 유명한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은 토요 휴업일을 겨냥해 중등 과학 심화반 4개를 신설했고, 일부 보습 학원은 특강이나 보충수업을 토요일 오전으로 옮긴 상태다.
학교보다 노하우가 있는 지자체 청소년수련관도 붐비고 있다. 서울시립수서청소년수련관 임선희 특화상담팀장은 "2~3년 전부터 꾸준히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검증된 강사를 초빙해서인지 콜센터를 방불케할 정도로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신학기에 진로체험학습 프로그램을 50% 증설했으며, 3일 하루에만 약 1,000명이 수련관을 찾았다"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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