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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오색별빛 정원전'/ 겨울이면 사실상 문 닫는 수목원 발상 전환으로 20만명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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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오색별빛 정원전'/ 겨울이면 사실상 문 닫는 수목원 발상 전환으로 20만명 다녀갔다

입력
2012.03.0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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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기 가평군 축령산 자락에 자리한 아침고요수목원. 오후 6시가 넘어 사방이 어둑해지자 수천 그루 나무에 일제히 불이 들어왔다. 나뭇가지에 설치된 600만개의 LED전구가 빨강 노랑 파랑 등 오색의 빛을 내자 33만㎡ 정원은 순간 파스텔 톤의 풍경화가 됐다. 시작 5년 만에 전국 최고 겨울축제의 하나가 된 아침고요수목원의 '오색별빛정원전'은 이날로 4개월간의 대장정을 끝냈다.

수목원의 겨울은 을씨년스럽기 마련이다. 꽃도, 열매도, 잎사귀도 없는, 그야말로 앙상한 나뭇가지뿐이다. 보러 오는 손님이 없으니까 아예 문을 닫는 곳도 있다.

하지만 아침고요수목원의 겨울은 비수기가 아니라 오히려 성수기다. 화려한 야간조명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로 봄 가을 보다 더 분주하다. 작년 12월3일 시작된 올해 행사는 원래 3월1일 끝나기로 되어 있었지만, 겨울야경의 진수를 놓친 사람들의 연장요구가 빗발치면서 사흘을 늘렸을 정도다.

아침고요수목원을 직접 설계하고 설립한 한상경 삼육대 원예학과 명예교수는 1996년 이 수목원을 열 때부터 겨울조명 행사를 맘 속에 그렸다고 한다. 관람객들에게 사철 볼거리를 제공하려면, 또 안정적 수익기반을 구축하려면, 겨울행사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미국 교환교수 시절 둘러 본 펜실베니아주 롱우드가든이나 캐나다 밴쿠버의 부차드가든, 반드샌가든 등이 벤치마킹 모델이었다.

10여년이 지난 2007년 겨울 마침내 첫 조명이 설치됐다. "잘못하면 촌스러운 네온사인처럼 될 수도 있다. 미적으로 완벽한 조명을 구현하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게 한 교수의 생각이었다. 저렴한 백열전구 대신 신제품이었던 LED를 사용함으로써 눈에 피로감을 덜 주면서도 자연의 빛과 유사한 느낌을 살렸고, 광섬유 같은 신소재를 이용해 꽃술 잎사귀 등 실물의 모습을 세심하게 구현해 냈다.

첫 해 입장객은 5만명. 해를 거듭할수록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올 겨울엔 무려 20만명이 다녀갔다. 이 수목원의 이병철 이사는 "1년 내장객(93만명)의 20%이상이 겨울철에 찾아오고 있다"면서 "이제 '수목원은 '봄에 가는 곳'이란 인식이 바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봄 관람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침고요수목원도 원래는 적자구조였다. 은행대출이자 내기도 버거웠고, 직원들 월급도 제 때 못줄 때가 많았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컨셉의 정원을 연구하고 조성하는 데 투자를 계속했다. 직원들이 원예학 관련 학위나 해외견학을 준비하면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수당도 지급했다. 겨울조명행사도 이런 투자와 연구의 결실이었다.

잠자던 수목원의 겨울에서 엄청난 수익원을 발굴함에 따라 아침고요수목원은 흑자로 전환됐고,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익을 내는 민간 식물원이 됐다.

분주해진 겨울은 지역경제도 활성화시키고 있다. 관람객과 차량이 몰리면서 시설설치 및 관리인력이 추가로 필요했는데, 농한기를 맞아 일거리가 없는 지역주민들을 고용한 것. 이번 겨울에만 530여개의 겨울철 일자리가 창출됐다. 또 인근 펜션과 식당을 위해 수목원 내 자체 숙박시설을 최소화 하고 연계 할인쿠폰을 발행하는 등 지역상권을 최대한 배려했다.

이병철 이사는 "창립자의 아이디어와 끊임없는 투자, 직원들의 노력이 수목원의 겨울을 바꿔놓았고 수목원의 기반을 튼튼하게 다져놓았다"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이 되도록 변화와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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