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올 들어 '안방'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잇따른 신차 출시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수입차들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이 같은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잘 나가는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마저 갉아먹을 수 있다고 판단, 반전 카드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2월까지 총 9만8,833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 10만4,817대보다 5.7% 감소했다. 기아차도 전년 동기 7만9,531대보다 6.7% 줄어든 7만4,222대를 기록했다. 1월에는 설 연휴의 영향이 있었지만, 작년보다 조업일수와 영업일수가 모두 늘어난 2월에도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GM은 2월까지 국내 누적 판매 1만8,31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7,637대보다 3.9% 증가했다. 소폭 증가하기는 했지만 작년 3월 이후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한 것을 감안하면 기저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르노삼성의 부진은 심각한 수준. 르노삼성은 올해 2월까지 누적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40.2% 줄어든 1만2,092대로 집계됐다. 국내 판매 라인업이 4개에 불과한 데다 신모델 출시가 드물어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성석 르노삼성 영업본부장은 "연비를 높인 SM5 에코 임프레션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향후 내수 판매는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만 홀로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쌍용차는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국내 누적 판매 실적이 5,915대로 지난해(5,297대)보다 11.7% 늘어 유일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내수 부진은 크게 3가지 이유가 꼽힌다.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수입차 업계의 공세 강화, 작년 상반기 잇따른 신차 출시에 따른 반작용 등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가라앉아 내수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수출 확대를 통해 내수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완성차 업계는 작년 하반기 이후 '내수 부진-수출 호조'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1~2월에도 내수시장과 달리 수출에서는 20~30% 이상의 신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텃밭인 내수시장 부진이 장기화하면 전체 경쟁력 저하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대대적인 내수 판촉활동에 전력 투구하기로 했다.
우선 현대차는 아반떼와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각각 100만원과 70만원의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투싼ix는 지난달 30만원에서 이달 50만원으로 할인 폭을 늘렸다. 특히 수입차 보유자 중 현대차를 사면 30만~100만을 할인해준다. 기아자동차는 3월 기아차를 구매하면 SK텔레콤 최신 스마트폰 할부금 전액지원과 유류비 10만원을 제공한다. 포르테·쏘울·K7·하이브리드 모델을 사면 삼성 주요 가전과 컴퓨터 제품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한국GM은 스파크, 크루즈, 올란도에 1% 초저리 할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5년 이상 노후 차 보유자가 아베오, 크루즈, 말리부, 올란도, 캡티바를 구매하면 차종별로 20만~30만원을 지원받는다. 르노삼성은 저리할부 서비스를 기존 3.9%에서 3% 금리로 인하해 SM3, SM5, QM5를 구매자에게 제공한다. 쌍용자동차는 내비게이션을 선택하지 않는 코란도 C를 사면 내비게이션을 사은품으로 지급하고 7인치 멀티 내비게이션을 선택하면 30만원을 할인해 준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3월은 전통적으로 차량 구매가 늘어나는 시기인 데다 연초부터 이어진 수입차 업체들의 신차 공세도 한풀 꺾일 것"이라며 "적극적인 판촉 활동으로 내수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