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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가계부채 900조 시대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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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가계부채 900조 시대의 해법

입력
2012.03.0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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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작년 12월 말 기준 912조가 넘었다는 한국은행의 발표 이후 주위엔 온통 이 빚 이야기다. 한국경제의 뇌관이니 시한폭탄이니 하는 무시무시한 단어가 가계부채의 옆 자리를 차고 앉아 신문의 경제면에 시시 때때 출몰하는 형국이다.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해 왔으며, 그 이후 조금이라도 경기 둔화 조짐이 보일 때마다, 으레 가계부채 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곤 했기 때문이다.

흔히 가처분 소득대비 가계부채는 얼마이고, 그 증가속도가 얼마인지, 그리고 이 수치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얼마인지 살펴보면서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총 부채 규모가 아니라 누가 얼마만큼 빚을 지고 있는가를 살펴 보아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요컨대 가계부채의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그런 맥락에서 작년 10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는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가계수지 흑자 폭이 감소되고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권가계대출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비은행권 대출과 다중채무자의 증가에 따라 부실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생계비 목적의 대출 비중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경기둔화로 인해 많은 가계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계부채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작년 6월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에 이어 2월엔 '제2 금융권 가계대출 보완대책'을 내놓았다. 이런 정부 움직임에 대해 금융기관의 대출에 대한 감독 및 규제 강화의 실효성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와 부동산 경기활성화를 위해 DTI 규제를 완화하자는 입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상당한 타당성을 갖고 있다. 가계대출에 대한 감독 및 규제 강화는 소위 '풍선 효과'를 통해 가계가 이자부담이 더 큰 자금 공급원으로 옮겨가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 대책이 불완전하다는 비판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맥락에서 가계부채문제가 정부 대책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 부채의 일차 책임은 차주에게 있다. 정부의 역할은 금융기관이 채무부담능력에 기초한 대출을 실시하고 가계의 부채상환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만기와 금리조건, 분할상환방식의 대출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유인하는 등 2차적인 것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채를 줄이기 위한 가계의 적극적 노력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며, 결국 가계부채 문제에 있어 마법이 통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반면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자는 입장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설령 DTI 규제 완화가 경기부양을 가져온다고 해도 이에 대한 기대는 가계의 적극적인 부채조정 노력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는 가계부채문제를 키워서 다음 번으로 넘기는 효과를 가질 뿐이다. 또 금융안정성을 위한 수단을 경기부양을 위해 쓴다는 점에서 목적과 수단의 불일치가 일어나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가계부채 문제는 내일 아침에 터지는 시한폭탄이 아니다. 낮은 연체율과 담보부채비율(LTV)을 감안할 때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금 가계부채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아직 여유가 있을 때 대비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최근의 경고에 대해 이제껏 한 번도 가계 발 금융위기가 일어난 적이 없다는 이유로 흡사 거짓말쟁이 양치기의 외침을 듣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에도 정부가 적당한 부양책을 마련해 줄 거라는 기대가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십중팔구 이번 사태도 시간이 지나면 지난번 과 마찬가지로 그대로 가라 앉을지 모른다. 하지만 천의 하나, 백의 하나 가계 발 금융위기가 도래한다면 우리가 잃을 것이 너무 많다. 양치기 소년의 외침이 거짓말이라 믿었던 그 마을 사람들처럼 말이다.

허석균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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