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세일럼의 한 들판. 전날 중서부를 강타한 토네이도 피해 현장을 수색하던 구조요원은 무너진 주택 잔해 옆에서 여자 아이를 발견했다. 뉴페킨에 있는 집에서 16㎞나 떨어진 그곳까지 어떻게 왔는지 알 길은 없었지만, 생후 20개월 된 아이는 다행히 숨을 쉬고 있었다. 아이 곁에는 어머니(21)와 두 살 된 남동생, 생후 2개월 된 여동생이 있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근처에서 남성(20)의 시신도 발견됐지만, 아이들의 아버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 여자 아이는 켄터키주 루이빌의 코세어 아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데 머리에 입은 부상이 심해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의료진이 “앞으로 24~48시간이 고비”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페킨에서 동쪽으로 64㎞ 정도 떨어진 첼시. 토네이도가 들이닥쳤을 때 어맨다 잭슨은 지하창고에서 아들 데이블린(4)을 꼭 끌어안고 있었지만,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강력한 회오리 바람은 집 전체뿐 아니라 아들까지 품에서 앗아가 버렸다. 데이블린은 결국 증조부모와 함께 뒤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미 중서부를 휩쓴 토네이도 희생자들의 사연들이 하나 둘씩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3일 CNN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토네이도로 켄터키 19명, 인디애나 14명, 오하이오 3명, 앨라배마와 조지아에서 각 1명 등 5개 주에서 최소 38명이 숨졌다.
특히 인디애나와 켄터키의 시골 마을 피해가 컸다. 인디애나 헨리빌에서는 학교가 몰려있는 중심가를 토네이도가 강타하면서 학교 건물들이 완전히 무너졌다. 무너진 건물 잔해는 헨리빌에서 240㎞ 떨어진 신시내티에서 발견될 정도로 토네이도의 위력은 엄청났다. 인구 1,900명의 헨리빌은 패스트푸드 전문점인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의 설립자 할랜드 데이비드 샌더스(1890~1980년)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한편 지난달 29일 일리노이를 비롯해 캔자스, 미주리, 테네시 등에서 숨진 13명까지 포함하면 이번 토네이도로 인한 총 사망자는 50여명으로 집계됐다. 미 당국은 수색견을 동원, 피해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사망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