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뜻밖의 호재를 만났다.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피임 건강보험 적용 문제를 놓고 보수 논객의 막말 덕분에 어부지리로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챙기게 된 것이다.
발단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수 논객으로 유명한 라디오프로그램 진행자 러시 림보의 분별없는 언행에서 비롯됐다. 림보는 지난달 조지타운대 여대생인 샌드라 플루크의 의회 출석 발언에 발끈했다. 플루크가 당시 종교 관련 학교ㆍ기관ㆍ단체 종사자의 피임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을 주기로 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지지하자 림보는 ‘매춘부(prostitute), 잡년(slut)’ 등의 용어를 써가며 플루크를 맹비난했다.
림보는 30일엔 “우리가 당신의 피임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면 당신은 성관계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려 우리가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공화당과 가톨릭계는 해당 정책이 종교적 신념의 자유를 빼앗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파문이 확산되자 여론의 관심은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림보의 과도한 성차별적 행태에 집중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호기를 놓칠 리 없었다. 그는 2일 플루크에게 직접 전화해 림보의 발언에 유감을 표하고 의회에서 증언한 플루크의 용기를 격려했다. AP통신은 “전화 이후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여성 유권자의 지지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림보는 3일 자신의 웹사이트에 “부적절한 단어 선택으로 플루크에게 상처를 줬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광고주 6곳이 프로그램 광고를 끊기로 하는 등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온라인 자료회사 카보나이트의 데이비드 프렌드 최고경영자(CEO)는 “림보가 잘못을 인정했지만 그의 발언은 합당한 품위의 수준을 벗어났다”며 광고 중단을 결정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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