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라는 이름 석 자를 빼놓고 하나금융그룹을 말할 수 있을까.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창립 멤버로 입사한 것이 1971년. 어음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단자회사회사에서 은행으로, 그리고 잇단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대형 금융지주회사로 도약하기까지 그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그가 하나금융을 떠난다. 올해로 예순 아홉의 나이. 하나금융에 몸 담기 시작한 지 41년, 금융권에 발을 들여놓은 지 47년 만이다.
자부심, 그리고 아쉬움
"그나마도 좀 아는 건 금융 밖에 없는 사람인데, 금융인으로서 이렇게 끝을 맺을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행복합니다." 지난 2일 저녁 기자 간담회에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소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1년 여간 끌어 온 외환은행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23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김정태 하나은행장에게 회장 바통을 물려주기 앞서 마련된 자리였다.
한국 금융의 산 증인으로서 그가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하나금융의 공익 활동. 김 회장은 "하나금융 직원들이 급여가 적다고 하는데, 그 돈으로 대신 노인요양원을 운영하고 하나고등학교를 개설하고 다문화가정 문제에 신경을 쏟았다"며 "사회적인 이슈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것을 늘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금융에 대한 세간의 곱지 않은 인식에 대한 아쉬움도 표현했다. "흔히 '왜 한국의 은행들은 삼성이 될 수 없느냐'고 질책을 하죠. 하지만 한국의 국가 신용도가 낮은 상태에서 개별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잘 나가기 어려운 금융산업의 현실은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풀고 싶은 오해
그는 현 정부 금융계 '4대 천황'으로 불려왔다. 고려대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는 이유다. 그는 직설적으로 불편함을 토로했다. "제가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은행장이 됐습니다. 그 사이에 정권이 몇 번 바뀌었잖아요? 학맥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그런 시대, 이제 지난 거 아닙니까?"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받았던 따가운 시선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위험한 산업에 들어가서 가치를 올려서 되팔고 그 대가를 먹는 게 사모펀드 아닌가요? 그냥 그대로 봐주면 되는 거지요. 여기에 윤리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따질 문제는 아니잖아요."
퇴진 후 행보
김 회장은 향후 행보에 대해 "와서 심부름을 해 달라 하면 어떤 심부름이라도 할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특정한 자리를 맡거나 직접 관여는 하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특정 분야에 대해 자문을 해달라면 얼마든 조언자가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는 특히 인천 청라지구에 조성중인 하나금융드림타운의 조언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와 함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하나고등학교 이사장 등 공익적 활동을 위한 자리는 계속 맡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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