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이름이 '아나파의원', 신발가게가 '신꼬벗꼬', 백화점 할인코너 명칭이 '오바하마'라면?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이름들입니다. 일종의 '언어유희' 마케팅이죠.
이런 이름일수록 브랜드 효과는 적지 않습니다. 설령 들르지 않더라도 수천 개 간판 가운데 한번이라도 더 시선을 끈다면 그걸로도 족할 테니까요.
최근 제약업계에도 이런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주인공은 비아그라 제네릭(복제약)입니다. 다국적제약사 화이자의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는 오는 5월 주성분인 '실데니필'의 물질 특허가 만료됩니다. 이에 발맞춰 국내 제약사들은 앞다퉈 비아그라 복제약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런데 경쟁이 대단합니다. 현재 식약청에 생물학적 동등성 승인 요청을 한 제약사만 무려 28개에 달합니다. 이미 국내에선 7개의 발기부전제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40개여 개 발기부전제가 경쟁을 하는 셈입니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남성들을 향한 이 시장의 경쟁은 가히 '대란' 수준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제약사들은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특히 언어유희를 활용한 작명이 각광받고 있는데요. 어차피 복제약은 성분이 똑같으니 이름부터 눈에 확 띄게 하겠다는 심산입니다.
문제는 성적인 의미를 노골적으로 담은 약품이름이 판을 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세지그라(하나제약) 스그라(비씨월드제약)같은 식이지요. 바로그라(유영제약) 자하자(동광제약) 헤라크라(CJ제일제당) 등도 그런 사례입니다.
물론 기존의 남성의약품에 성적인 함의가 담긴 제품이 적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비아그라 역시 '활기찬'이라는 뜻을 지닌 영어 단어 'Vigorous'와 나이아가라폭포의 'Niagara'의 합성어입니다. 동아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역시 '잘 되나', '자 이제 되나'라는 뜻도 함께 함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어디까지나 은유적 수준에 머물렀지, 지금처럼 직설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발기부전제는 전문의의 처방전 없이는 구매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입니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된, 절제된 마케팅이 필요한 제품이라는 것이죠. 대중 매체에 광고를 하는 것이 금지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가뜩이나 발기부전제는 '짝퉁' 제품이 범람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장터에서 '비얌~'을 팔던 약장수도 아니고, 제약사 스스로 품위를 좀 지켰으면 합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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