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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활용한 인공정자·난자 속속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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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활용한 인공정자·난자 속속 개발

입력
2012.03.0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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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뒤엔 나이에 상관없이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시험관 아기 성공 30주년을 맞아 2008년 과학학술지 <네이처> 가 내놓은 전망이다. 이 학술지는 부부의 혀 밑에서 채취한 상피세로로 만든 인공정자와 인공난자를 시험관에서 수정한 다음 인공자궁에 착상시키면 아이를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인공 생식세포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줄기세포로 인공정자와 인공난자를 만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불임 없는 '멋진 신세계'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거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무정자증인 남성과 폐경한 여성도 2세를 볼 수 있는 날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난소 체세포로 인공난자 개발… 윤리문제도 없어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연구진은 여성의 난소에서 채취한 난소줄기세포로 난자를 만들었다고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과학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에 발표했다. 이들은 줄기세포를 분화해 얻은 난모세포를 초록색으로 염색한 다음 쥐의 난소에 넣어 관찰한 결과 14일 뒤 성숙한 난자로 자라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난소는 일본에서 성전환수술을 받은 20대 여성에게서 기증받았다.

난소는 크게 두 종류의 세포로 이뤄진다. 난자를 만드는 난원세포와 난소를 이루는 일반 체세포다. 지금까지 난자와 정자는 각각의 씨앗이 되는 난원세포와 정원세포에서만 만들어진다고 여겼다. 현재 생물학 교과서도 그렇게 돼 있다.

그런데 이번 실험에서 연구진은 난소줄기세포를 체세포에서 얻었다. 난원세포가 아닌 난소를 구성하는 체세포로도 난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임정묵 서울대 농생명과학부 교수는 "교과서 내용이 바뀔 만한 새로운 발견"이라며 "조기폐경으로 난자를 만들 수 없는 여성 등의 불임을 극복하는데 향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난자를 사용한 게 아니라 난소에 있는 체세포를 쓴 것이어서 윤리적인 문제도 없다"고 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조너선 틸리 박사는 이미 2004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는 과학학술지 <셀(cell)> 에 난소의 체세포에서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그러나 학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가 몸담고 있는 미국 하버드대에선 사기꾼으로 몰리기도 했다. 2004년 발견한 그 가능성을 실험으로 확인, 인정받기까지 8년이 걸린 것이다.

인공정자는 이미 개발 완료

인공난자의 짝인 인공정자 만들기는 이미 성공했다. 2009년 영국 뉴캐슬대에선 사람의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지난해 일본 교토대 연구진은 쥐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로 인공정자를 얻었다. 배아줄기세포는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배아에서 얻은 줄기세포다. 이와 달리 iPS는 체세포에 역분화 유전자를 넣어 분화하기 전인 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린 것을 말한다. 생식세포를 쓰지 않아 윤리적인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인공정자가 인공난자보다 세상에 빨리 나온 것은 만들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정자는 유전 정보가 담긴 머리와 헤엄치는 꼬리로 이뤄졌다. 간단한 구조다. 반면 난자는 복잡하다. 크기만 해도 지름이 100㎛(마이크로미터ㆍ1㎛는 100만분의 1m)로, 정자(5㎛)의 20배다. 김정범 울산과학기술대 한스쉴러줄기세포연구소장(나노생명화학공학부 교수)은 "난자는 유전정보 말고도 수정 후 자랄 때 필요한 영양분 등을 머금고 있어 줄기세포로 분화시키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인간의 자기 복제 실현되나

이런 기술이 발전하면 '나홀로 임신'도 가능해진다. 가령 여성이 자신의 난자와 줄기세포로 만든 정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킨 다음 자기 몸에 이식하면 자신과 똑같은 유전정보를 가진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스스로를 복제한다는 얘기다. 강경선 교수는 "자신의 줄기세포로 제대로 된 생식세포만 만들 수 있으면 기술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가 따른다. 먼저 곳곳에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다. 정자와 난자가 모두 똑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어 열성 유전자가 많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유전자형이 가까운 동식물을 근친 교배를 했을 때 기형이 자주 발생하는 것과 같다.

법적인 문제도 피할 수 없다. 현재 동물 복제는 활발하다. 지금껏 복제한 동물만 해도 양 젖소 원숭이 늑대 물소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인간 복제는 다르다. 국내에선 생명윤리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간 복제를 금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유전정보는 같을지 몰라도 자기 복제 기술로 태어난 아기의 생김새가 자신과 완전히 똑같을 확률은 낮다. 김정범 교수는 "수정된 정자와 난자는 갖고 있던 유전자를 서로 교환한다"며 "이때 유전자의 순서 등이 뒤바뀌게 돼 같은 정자와 난자를 써도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머리카락이나 눈동자의 색 등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난소줄기세포은행 설립 추진

인공 생식세포가 가장 유용하게 활용될 분야는 불임 치료다. 불임률은 환경호르몬, 만혼(晩婚) 등의 영향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현재 피임을 하지 않았는데도 결혼하고 1년간 아이가 생기지 않는 일차성 불임률이 13.5%로 8만7,000쌍에 달했다. 8쌍 중 1쌍은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틸리 박사는 불임 치료를 위해 난소줄기세포은행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은행에선 난소의 체세포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보관한다. 그는 "항암치료를 받은 여성도 걱정 없이 자신이 원할 때 아기를 가질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항암제는 세포 분화가 왕성한 생식기관에 악영향을 미친다. 조기폐경이 오거나 고환의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난소나 고환 가까이 방사선 치료를 하면 난자와 정자가 파괴되거나 기형이 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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