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에게도 시간은 곧 돈이다. 게다가 보통사람에 비해 훨씬 비싸다. 경쟁사보다 1초라도 앞선 생각을 하고 한 발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앞설 수 있으니 일분 일초가 아까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꽤 많은 CEO들이 이 비싼 시간을 쪼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자신의 감정과 일상을 보여주기 바쁘다. SNS의 스타로 떠오르면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꿈을 품고 SNS에 입문하는 CEO들이 많은데 기대와 달리 상처만 받고 이 바닥을 떠난 CEO들도 적지 않다.
누가 뭐래도 솔직형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5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트위터리안(트위터 사용자)이다. 트위터에 올린 한마디를 실시간으로 5만명 이상이 본다는 의미다. 이를 적극 활용해 하루에도 30분 이상 자사 카드 브랜드 홍보에 힘쓴다. 경쟁사가 현대카드 주최 콘서트나 신상품 정보를 궁금해 한다면 광고보다 그의 트위터를 먼저 체크하는 게 더 빠른 방법일 정도다.
허심탄회하게 글을 쓰다 보니 논쟁에 휘말리기도 하는데 정 사장도 이를 피하진 못했다. 지난해 10월 트위터에 "젖소목장(카드사)이 우유판매(가맹점 수수료)는 적자라서 정작 소 파는 일(카드론 등 대출)이 주업이 됐는데, 소 장사로 돈을 버니 우유 값을 더 낮추란다"고 카드업계를 적극 대변했다가 "우유가 품질과 맛으로 승부해야지 각종 색소(포인트)와 첨가제(이벤트)로 승부해서는 소비자에게 외면당한다"는 반박이 줄을 이었다.
박용만 두산 회장도 거침없는 말투로 13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끌어들인 인물. 그는 주로 일상 얘기를 많이 풀어놓는데 "(핫소스) 한입 먹고 오전 내 주댕이 잡고 맴맴했다", "이냉치냉이라며 잘난척하고 냉면 먹었는데 완전 삽질했다"는 투다. 이런 진솔함 덕에 젊은 층은 박 회장을 '옆집 아저씨'라 부를 정도로 친숙함을 느끼고 있지만, 일부 기업인들은 "CEO의 위상을 떨어뜨린다"고 못마땅해 하기도 한다.
상처 받고 탈퇴형
소통파 CEO로 꼽혔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트위터가 해킹 당하면서 계정을 삭제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정 부회장은 트위터에 이마트나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즉석 조리식품 시식 후기를 실시간으로 올리는가 하면 애완견을 소개하는 등 일상사를 공개하는 친근한 이미지로 '트윗심(心)'을 잡았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결혼 이슈가 부각되고 벤츠 미니버스 출근 논란 등 구설수가 계속되는 와중에 트위터가 해킹까지 당하자 아예 계정을 삭제해 버렸다.
이우현 OCI 부사장도 지난해 여름 신혼여행지에서 소개 글을 올릴 정도로 트위터 마니아였지만 현재는 활동을 중단한 상태.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 역시 트위터와 블로그를 동시에 운영했지만 작년부터는 블로그에만 집중하고 있다.
기업 관계자는 "소통을 중시하는 CEO들이 적극적으로 소셜미디어 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과 개인 신상에 관한 악재가 터졌을 땐 오히려 관리가 힘들다는 점을 깨닫고 최근 발을 슬슬 빼고 있다"고 전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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