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을 40일 앞둔 2일, 여의도 국회 주변에선 이번 총선에 나서겠다는 이른바 제3세력 인사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졌다. 민주통합당 한광옥 상임고문이 이날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국민생각 박세일 대표도 서울 서초갑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선거는 무엇보다 '구도 싸움'이라고 하는데 구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이번 총선은 당초 원심력보다 구심력이 훨씬 강할 것으로 예상됐다. 선거 초반만 해도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에서도 '통합'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천 작업이 진행될수록 원심력이 힘을 키워가고 있다. 이에 따라 총선에 나서겠다는 중ㆍ소 정당과 세력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선거 구도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보수ㆍ진보 세력 공히 통합과 연대 흐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보수 진영의 경우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새누리당과 선거 연대를 위해 물밑 협상을 해오던 자유선진당은 최근 충청 지역 공천자 명단을 잇달아 내놓으며 총선에 독자적으로 뛰어들 태세를 갖췄다. 현재 양당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만 놓고 보면 보수 진영의 선거연대는 물 건너 간 듯 보인다.
이런 와중에 중도보수를 표방하며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는 국민생각도 이날 박 대표를 비롯 박계동 김경재 배일도 전 의원 등 8명의 1차 전략 공천 내정자 명단을 내놓았다. 박 대표는 "새누리당은 빠른 속도로 낡은 보수로 전락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생각은 앞으로 새누리당 공천 탈락 인사들의 합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간의 야권연대 협상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종국에는 야권 연대가 성사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지만, 이미 진보신당이 독자 출마 의사를 굳힌 상태여서 진보 진영의 완전 통합은 물 건너 간 것 같다.
여기에 여야 양당의 공천 후유증이 무소속 출마자들을 양산할 태세다. 공천 탈락자가 중심이 돼 '민주동우회'(야권)나 '친이연대'(여권) 등의 이름으로 세력 규합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서울 관악갑에 민주통합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한 고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민주당이 통합과 화합이 아니라 한풀이 정치로 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치욕이고 불행"이라며"30년간 몸바쳐 일했던 정치적 고향과 같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을 위해 더 큰 길을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등 동교동계 인사들을 규합해 '민주동우회'란 이름으로 총선에 출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새누리당 쪽에선 안상수 전 대표 등이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이다. 안 전 대표는 "당이 일방적으로 후보를 선정하면 무소속 연대를 만들어 출마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친이 세력을 규합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친이계 의원들의 공천 탈락이 속출하면 이들을 중심으로'친이연대'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양 축으로 해 유의미한 중ㆍ소 정치세력이 다자 구도를 형성해 이번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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