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는 책은.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 " 미쳐야>
-왜 이 책을.
"드라마 '공주의 남자'를 끝내고 이야깃거리를 찾아 우리 역사 속 영웅담, 성공 스토리를 뒤적이던 중 오히려 영웅호걸이 아닌 당대 지식인, 예술가 등 마이너들의 굴곡진 삶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숱하게 그려진 한심한 양반들이 아니라 조선시대를 뜨겁게 달군 소외된 엘리트들의 지적, 예술적 성취와 좌절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하던 중 찾아낸 보석 같은 책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우리 역사나 위인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하는 저술들을 읽다 보면 슬그머니 거부감이 솟구친다. 오래되었고 조상의 숨결이 서려 있다는 식의 접근은 얼마나 진부한가! 이 책의 부제는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다. 허균, 정약용, 박지원 등 사뭇 익숙한 이들과 함께 천문학자 김영, 독서광 김득신 등의 마이너들도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업적이 대단해서 위대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미쳐 마니아가 되었기에 우뚝 솟구친 사람들. 뜨거운 가슴으로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고통스런 내면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이 책의 제목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인상적인 대목은.
"단순한 흥밋거리로도 조선 지식인의 내밀한 삶을 엿보는 것은 대만족이다. 그러나 그보다 이 책이 더 반짝이는 것은 저자가 던지는 선비같은 일갈 때문이다. <사기> 의 '백이전'을 무려 1억 1만 3,000번이나 읽은 치열한 독서광 김득신이란 인물을 말하기에 앞서 저자가 다그친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한 번 척 보고 다 아는 천재도 있고, 죽도록 애써도 도무지 진전이 없는 바보도 있다. 정말 갸륵한 이는 진전이 없는데도 노력을 그치지 않는 바보다. 끝이 무디다 보니 구멍을 뚫기 어려울 뿐, 한 번 뚫리게 되면 크게 뻥 뚫린다. 한 번 보고 안 것은 얼마 못 가 남의 것이 된다. 피땀 흘려 얻은 것이라야 평생 내 것이 된다." 사기>
-추천한다면.
"학점 잘 따고 토익 점수 높여 취업하는 획일적인 노선을 거부하고, 불확실하고 험난한 길이지만 진심으로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는 우리시대 젊은 게릴라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재지 않고 성실하게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 책의 주인공들의 정신은 뚜렷한 지향없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책의 머리말 첫 구절을 덧붙이면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일이란 없다."
<미쳐야 미친다> 는 <한시 미학 산책> 으로 널리 알려진 한문학자 정민의 저서로, 어떤 분야에 미칠 듯 천착했던 옛사람들에 관한 기록이다. 당대에는 마이너였으나 그들만이 가진 열정과 광기로 일가(一家)를 이룬 박지원, 박제가, 정약용, 허균, 이덕무 등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내면을 사로잡은 열정과 광기를 탐색했다. 푸른역사ㆍ330쪽ㆍ1만1,900원. 한시> 미쳐야>
채지은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