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일하게 가사를 정확하게, 가슴으로 외운 노래가 있다. 바로,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다.
'후회하고 있다면 깨끗이 잊어버려. 가위로 오려낸것처럼, 다 지난 일이야'
처음, 이 노래의 이 부분에서 나는 머리를 한 대 띵, 하고 맞는 것 같았다. 바로 딱! 내 마음, 내 상처를 간결하게 치유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나는 이 노래를 무슨 약품처럼, 부적처럼 늘 마음에 담아두었다.
강산에는 이미 1998년쯤 '거꾸러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라는 매우 긴 제목의 뛰어난 노래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그는 무대에서 가장 자유롭고, 가장 여유롭고, 가장 시원시원하게 노래를 부르는 가수였다. 아무리 넓은 야외 공연 무대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쩌렁쩌렁 울려퍼졌고, 관객을 압도했다. '라구요','예럴랄라','할아버지와 수박'등 그가 만든 노래를 듣고 있으면 심장박동이 커지고 뭔지모를 뭉클한 감동이 솟아오른다. 그게 강산에의 힘이다. 강산에의 노래는 그런 점에서 선동적이다.
도대체 이 자유로운 영혼은 어디서 나타났을까.'삐딱하게'라는 노래를 들어보면, 약간 악동 기질도 있는 것 같고 최근 발표한 '키스'라는 곡을 들어보면 누구보다 로맨틱가이일 것 같고, 대부분의 노래를 들어보면 정신과 몸이 모두 건강하고, 소외계층에 애정이 많은 휴머니스트같기도하다. 가수로서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무척 궁금한 사람이 강산에다.
2007년, 나는 탈북청소년들과 고선지 장군의 실크로드를 따라 역사탐험을 떠났었다. 탈북 청소년들은 죽을 고비를 넘기며 남한으로 오는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고, 어른들은 어른들 나름대로 살아온 시간만큼의 후회와 아픔이 있었다. 우리는 26시간을 타야하는 횡단 열차 안에서, 고비 사막에서, 무즈타카산 정상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아픔을 위로해주었다.
그때, 나는 이 노래를 불렀다. 그 어떤 말보다 울림이 큰 노래였기에.
'후회하지 않는다면 소중하게 간직해
언젠가 웃으면 말할수 을 때까지
너를 둘러싼 그 모든 이유가
견딜수 없이 너무 힘들다 해도
너라면 할수 있을꺼야 할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굴하지 않는 보석같은 마음있으니
어려워마 두려워마 아무것도 아니야
천천히 눈을 감고 다시 생각해 보는거야
세상이 너를 무릎 꿇게하여도
당당히 니 꿈을 펼쳐 보여줘
너라면 할수 있을꺼야 할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굴하지 않는
보석같은 마음이 있으니'
3월이다. 3월은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시작'은 '실패'와 '후회'를 암시하기도한다. 다시는! 절대로! 결코! 실수나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또 되풀이되는 후회. 그러면서 나이들어가는 것이 인생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강산에가 대답해준다. 괜찮다고.
후회한다면 깨끗이 잊어버리고, 후회하지 않는다면 소중하게 간직하라고.보석같은 마음하나만 있으면 당신의 꿈을 이룰수 있다고.
때론 노래 한 곡이, 뛰어난 뮤지션 한 명이 그 어떤 현자보다 깊은 가르침을 줄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도 두렵고 힘들 때, 이 노래를 나직이 불러보며 용기를 얻곤한다. 난 할 수 있을꺼라며.
조휴정ㆍKBS해피FM 106.1 '즐거운 저녁길 이택림입니다'연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