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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겨우 물꼬 트인 스위스 비밀계좌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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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겨우 물꼬 트인 스위스 비밀계좌 추적

입력
2012.03.0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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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7월부터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에 숨겨둔 은닉자금을 추적할 길이 열린다. 2010년 개정한 한ㆍ스위스 조세조약이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쳤고, 스위스 의회도 7월에 비준안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개정 조세조약은 스위스 내 금융정보를 포함한 조세정보의 교환 등을 담았다. 스위스 비밀계좌로 도피한 기업과 부유층의 비자금, 역외 탈세에 대한 국세청 추적 조사의 길이 열린다니 모처럼 듣는 반가운 소식이다.

스위스 은행들은 오랫동안 계좌 내역은 물론 개설 여부조차 엄격한 비밀에 부쳐 세계적으로 검은 돈의 보관소로 여겨져 왔다. 물론 일반인의 뇌리에 박힌 고정관념과는 달리 최근 미국의 압력에 밀려 수천명의 탈세혐의자 명단과 관련 금융자료를 미국에 넘겼고, 영국인이 스위스 은행에 개설한 무기명 계좌의 소득세를 내년부터 스위스가 원천징수해 돌려주도록 하는 협정을 영국과 체결하기도 했다. 한ㆍ스위스 조세조약의 개정도 이런 변화 흐름을 살핀 국세청이 적극적으로 스위스 당국을 설득해 거둔 성과다. 지난해 스위스 당국은 스위스 내 비밀계좌를 통해 수천억 원을 한국증시에 투자한 한국인들의 원천징수 세금 58억원을 국세청에 돌려주기도 했다.

물론 앞으로 발효할 개정 조약이 스위스 내 한국인 비밀계좌에 대한 포괄적 추적을 보장하진 않는다. 세계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정부는 정보제공을 최대한 늦춰왔다. 이번에도 범죄 혐의가 확인된 기업이나 개인의 비밀계좌에 한정해 정보를 제공한다. 시간적으로도 지난해 1월 1일 이후의 금융정보에 한정돼 그 이전의 정보에는 접근할 수 없다.

그런 불만은 남지만, 국내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에만 비추어도 특별히 강조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4,000억원 대의 세금을 추징한 시도상선 권혁 회장이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밀반출 혐의를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에 대한 스위스 비밀계좌 추적이 불가능했던 상황이 더는 빚어지지 않는다는 점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국세청이 우선은 개정 조약의 실질적 이행절차를 다지고, 장기과제로 추적범위 확대에 노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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