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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빨주노초파남보… 자동차 현란해진 '화장발 승부'

입력
2012.03.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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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은 지난 2010년 7월 경차 '스파크'를 출시하면서 '모나코 핑크'라는 색을 선택했다. 국내에선 처음 시도되는 파격적인 색. 업계에서는 무모한 도전으로 봤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깜찍한 경차에 딱 맞는 색"이라는 찬사와 함께 전체 모닝 판매량의 33%를 차지했다.

가슴을 친 곳은 기아차였다. 기아차도 핑크색 모닝을 심각하게 고민하다 스파크 출시 직전에 포기했던 터. 기아차 관계자는 "핑크색은 아직 이르다는 게 내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지엠 관계자는 "부산모터쇼에서 여성 관람객의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운 것을 보고 과감하게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초 '허니비'라는 노란색 계열을 입힌 모닝을 내놓았다. 그러나 판매 성적은 전체 판매량의 1%가 채 안됐다. 그런데 유독 콜롬비아에서는 크게 히트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예상 밖의 결과라 놀라웠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지만 콜롬비아에서는 택시용으로 계속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색깔은 자동차의 얼굴이다. 사람을 만날 때 가장 먼저 얼굴을 보듯, 자동차 역시 색깔부터 눈에 들어온다. 어떤 색을 입히느냐에 따라 단순한 운송 수단에서 소비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감성적 도구로 변신한다. 색깔이 자동차의 운명을 가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최근 글로벌코팅제조회사 PPM이 실시한 조사에서 자동차 구매자의 30%가 '색을 보고 차를 결정한다'고 답했다.

19세기 말 자동차에 처음 색칠을 한 것은 미관을 위해서가 아니라 철판으로 만든 겉면이 부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초기 자동차들은 그저 검정이나 흰색 위주였다.

그러나 지금의 운전자들은 다양한 색상을 원한다. 아직도 은색, 흰색, 검정, 회색 등 무채색 계통이 80%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유채색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미국 듀퐁사는 지난해 말 전 세계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자동차 색상 경향을 분석한 결과, 한국 운전자들의 빨강 파랑 갈색 등 유채색에 대한 선호도가 19%로, 전년보다 8%포인트 증가했다. 실제 국내 시장에서 닛산 '큐브'의 발리 블루(푸른색 계열), 폴크스바겐 '시로코'의 카멜레온(녹색계열), 현대차 'HG그랜저'의 브론즈 그레이(구리빛 회색 계열), 'i30'의 핑크쉘(분홍색 계열) 등 시선을 사로잡는 색상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대중적 선호색깔은 사회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기후 온난화, 환경 오염 등 친환경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요즘은 자연의 느낌을 담은 색들도 증가했다. KCC 컬러개발팀의 조혜영 연구원은 "깨끗한 블루에 미래적 느낌이 나는 메칼 블루 컬러가 하이브리드 차와 친환경 자동차에 많이 쓰이고 있다"며 "자연에서 가져온 광물로 만든 브론즈는 금속 느낌이 나는 자동차와 잘 어울려 인기"라고 밝혔다.

같은 차종이라도 지역에 따라 좋아하는 색은 다르다. 때문에 자동차 색을 결정할 때 문화, 역사까지 고려한다. 유럽은 시민혁명의 전통 때문인지, 중세이전에는 잘 쓰이지 않던 블루가 많은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유채색 중 푸른색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팔린다. 이에 비해 역사가 짧은 북미 지역은 좀 더 화려한 레드, 옐로우 등이 인기를 끈다.

일본에서는 간결함을 추구하는 '젠(禪)'사상을 바탕으로 한 미니멀리즘을 발전시켰고, 다른 지역에서 외면 받던 '화이트'가 대표 색이 됐다. 자동차가 부의 상징인 중동에서는 반짝반짝 빛나는 색을, 중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무채색의 조합을 좋아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종종 모래색 차도 나온다.

자동차에 색을 입히는 과정은 복잡하다. 안료회사가 색의 원료인 안료를 개발하면 페인트 회사는 안료로 색을 만들고, 자동차 회사는 칠을 한다. 세계적 안료회사 독일 머크의 최형섭 디자인센터 소장은 "아무리 멋진 색을 생각해 내도 결국 안료나 페인트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소용 없다"며 "안료회사, 페인트회사, 자동차 회사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물론 페인트 회사들도 컬러 디자이너를 별도로 두고,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권기일 KCC 연구원은 "보통 자동차 출시 2년 전에 자동차 회사의 의뢰를 받고 색 개발에 들어간다"며 "차의 구체적 모습은 모른 채 개념만 갖고 1.5~ 2배 정도의 후보 색을 만들어 자동차 회사와 논의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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