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미국 뉴욕에서 조우한다. 같은 시기 미국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측과 만나 3차 북미회담 후속 협의를 진행한다. 한미가 동시에 대북 접촉에 나서며 6자회담을 향한 논의에 박차를 가하는 양상이다. 미국은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가 북한을 방문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의 만남은 2008년 12월 베이징 6자회담 이후 3년여 만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남북이 처음 만나는 것이어서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해동시킬지 주목된다. 미국이 북미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 조건 중 하나로 남북관계의 진전을 강조한 만큼 북측도 남측을 외면만 하지는 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은 뉴욕의 시라큐스대학이 주최하는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6~13일 미국에 체류한다. 임성남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세미나에 옵서버로 참석, 한국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두 사람은 세미나에서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비공식 만남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면담 계획을 아직 잡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미 당국자와 리용호 부상이 만날 가능성 역시 배제된 것은 아니다. 이번 세미나에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이 참석하는 것은 행사 혹은 만남의 비중을 더 높여준다.
남북이 뉴욕 회동을 하는 동안 북미는 베이징에서 3차 북미 회담의 후속조치인 식량(영양)지원 문제를 논의한다. 미국에서는 로버트 킹 특사가, 북한에서는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나와 영양지원 방법과 지원품의 전용방지를 위한 모니터링 문제를 논의한다. 북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분배의 투명성을 보장하되, 미 측에 영양지원 24만톤 외에 옥수수 5만톤 가량을 추가지원 해주도록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는 이와 별도로 재미동포 이산가족 상봉 등 문화 분야의 인적 교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미합의 이행에 속도를 내기 위해 킹 특사를 북한 평양에 보내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날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비핵화 사전조치를 확인하기 전까지 6자회담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조속히 행동에 나서도록 압박했다. 그는 또 "비핵화 사전조치는 영구적인 것"이라고 밝혀 잠정적인 비핵화를 고집하는 북한과 시각 차를 드러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영변 핵시설 사찰을 비롯한 비핵화 검증과 후속조치 대화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이유다. 로버트 윌러드 미 태평양군 사령관 역시 "최근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북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이 낙관적이지는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에서 별다른 변화를 보지 못했다"면서 북한이 이동식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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