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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변화중인 드라큘라의 나라 루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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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변화중인 드라큘라의 나라 루마니아

입력
2012.03.0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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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작가 브람 스토커가 1897년 발표한 공포 소설 의 모델은 15세기 루마니아 왈라키아 공국의 블라드 쩨페시 왕이다. 왈라키아 왕국을 침탈한 오스만 터어키에 맞서 용맹하게 싸웠지만, 전쟁포로와 범죄자들을 잔혹한 방식으로 처형한 것으로 전해진 그를 스토커는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공포의 흡혈귀로 변신시켰다. 드라큘라는 이후 서구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로 그간 영화화된 것만 해도 수백 편에 이르고, 루마니아는 드라큘라의 나라라는 좋지 않은 인상이 각인되어 왔다. 하지만 정작 루마니아 인들은 그를 나라를 구한 민족적 영웅으로 자랑스럽게 인식하고 있다.

루마니아는 예로부터 '동유럽의 진주'라 불려왔다. 누구나 탐을 내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나라라는 의미일 것이다. 흑해 연안에 위치하여 북으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동으로는 터키를 통해 중동으로 연결되고 서쪽으로 유럽연합(EU)와 발칸 국가를 배후지로 하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이러한 지경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로마시대 이래 주변 강대국의 끊임없는 침탈 대상이었다. 그러나, 루마니아인들은 이에 끈질기게 저항하면서도, 목가적이며 평화로운 고유의 문화적 동질성과 국가적 일체성을 유지하여 왔다.

89년 혁명이래 불안정한 시기를 거친 루마니아는 2007년 EU 가입을 계기로 해외투자 유치에 힘입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였으나, 2008년 세계적인 경제불황의 여파로 경제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2009년 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서 공산주의 시절부터 만연했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한 뼈를 깎는 구조 개혁을 진행 중이다. 오랜 긴축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최근 노정되고 있으나, 많은 EU 국가들이 재정위기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서도 루마니아의 2011년 경제성장률은 2.5%를 기록하였다.

루마니아는 지리적 강점을 바탕으로 중장기적으로 동유럽의 허브를 꿈꾸고 있다. 유럽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다뉴브강은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 10개국을 가로질러 루마니아를 끝으로 흑해로 흘러 들어간다. 로마시대 이래 흑해 제일의 항구인 콘스탄자는 운하를 통해 다뉴브강과 연결된다. 루마니아를 비롯하여 다뉴브강 연안국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다뉴브 개발전략이 EU 사업으로 본격 실행되고, EU 고속도로망이 연계되면 콘스탄자항은 유럽내륙 운송을 연결하는 흑해의 관문으로 급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1989년 차우세스쿠 몰락 이후, 자동차 조선 분야 등에서 우리나라의 루마니아 진출은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루마니아의 EU 가입을 전후로 하여 EU 주요국가들이 루마니아에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우리기업들의 진출은 상대적으로 정체된 느낌이다.

지금 루마니아에서는 EU 자금을 지원 받아 에너지, 인프라, 건설, 자원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대규모 프로젝트가 강력히 추진되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우리와의 협력 잠재력이 매우 높은 나라이다.

무엇보다도, 과거 '유럽의 빵공장'이라 불리던 루마니아는 공산정권하에서 피폐된 농업 회생을 국가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진력하고 있다. IT 산업은 루마니아에서 가장 성장동력이 높은 산업중의 하나이다. 동유럽에 위치하면서도 유일하게 라틴어권 국가인 루마니아 인들은 영어를 비롯해 외국어 구사능력이 매우 높다. 이런 언어적 재능과 창의력 있는 인력이 결합하여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가 IT 산업이다. IBM, 인텔 등 세계 유수의 IT 기업들은 이미 루마니아에 연구소와 기술센터 등을 설립하거나 많은 전문인력을 스카우트해 활용하고 있다.

루마니아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그만큼 우리를 중시하고 또한 우리에 대한 기대와 협력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다. 보다 많은 우리 기업들이 동유럽의 관문인 루마니아에서 기회의 창을 열고 진출하여 경쟁력을 쌓고, 나아가 한-EU FTA체결로 확장된 EU 국가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적극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임한택 주 루마니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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